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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불심'… 범불교도대회 안팎

관련이슈 불교계 '종교편향'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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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1700여년 만에 가장 참담”
◇불교 승려와 신도들이 27일 정부의 종교 편향에 반대하는 범불교도대회에 앞서 정부를 비난하는 각종 구호가 적힌 깃발을 나란히 들고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나와 대회 장소인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승려와 불자 수만명이 몰려 정부의 불교 폄훼 행위에 대한 불교계의 ‘뿔난 불심’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는 우려했던 충돌없이 6시간 동안 평화롭게 진행됐다.

○…이날 대회는 사전행사에 이어 오후 2시쯤 법고 연주와 범종 타종으로 시작됐다. 같은 시간 전국 사찰에서는 대회를 지지하는 뜻으로 범종을 33번 타종했다. 본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정부와 일부 개신교 목사들을 향한 불교계의 원성이 여지없이 쏟아졌다.

범불교도대회 상임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은 연단에 올라 “지금 우리 한국 불교는 이 땅에 불교가 전해진 지 1700여년 만에 가장 참담한 지경에 처해 있다. 그것은 ‘기독교 공화국’을 꿈꾸는 일부 몰지각한 광신도들 때문”이라며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자 서울 우이동 화계사 주지인 수경 스님은 “개신교 목사들의 맞불 집회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득의양양한 대통령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하다”고 냉소적으로 말했고, 태고종 교류협력실장 법현 스님은 “우리는 단 한 번도 교회가 무너지라고, 목사님께 개종하라고 기도하거나 말한 적이 없다”며 일부 개신교 진영의 종교 간 갈등 조장행위를 겨냥했다.

타 종교인으로 참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 간 대화위원장 김광준 신부는 “이 정부는 보수적이고 우파적인 기독교 권력에 더욱 밀착하여 그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수경 스님은 대회 연설 말미에서 “이 땅 모든 생명의 평화를 위해 가톨릭 문규현 신부와 함께 다음 달 2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해 북한 묘향산까지 목숨을 건 오체투지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수경 스님은 2003년 새만금 개펄의 보존을 호소하며 전북 부안 해창 개펄에서 출발해 57일 동안 ‘3보1배’로 서울에 입성한 바 있다. 당시 수경 스님은 장정 55일째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으며, 당시 후유증으로 아직도 두 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대회 참가자들은 다양한 구호를 적은 모자와 손 팻말 등을 통해 성난 불심을 표출했다. 이들은 모자에 ‘종교 차별하지 마라’, ‘(경찰청장) 어청수는 퇴진하라’는 등의 문구를 적었고, ‘대한민국 정부는 선교의 도구가 아니다’, ‘불자들의 힘으로 종교 차별 막아내자’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행사 후 참가자들은 서울시청을 출발해 태평로와 세종로 사거리를 거쳐 종각을 지나 우정국로에서 회향법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대회기가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끌었고, 장엄등과 깃발 500여개가 뒤를 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 각 종단대표 스님들은 조계사에서 도보로 출발해 대열을 이뤄 행사장에 입장한 것처럼 거리행진의 뒤를 따랐다.

○…경찰은 종교행사인 점을 감안해 교통통제에 주력했지만 일부 스님들과 신도들이 돌발행동을 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바짝 긴장된 상태에서 현장을 지켰다. 집회 현장 안팎에서는 젊은 스님과 신도 중 일부가 단지공양(손가락을 잘라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나 소신공양(몸을 불살라 바치는 것)등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 사복 경찰이 서울광장 행사무대 현장 근처까지 투입됐다. 하지만 이날 대회에서는 별다른 불상사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 촛불단체들의 기습시위 가능성을 우려해 경찰 85개 중대 7000여명 및 물대포 등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진보성향인 ‘다함께’ 소속 40여명의 회원들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회원들은 ‘이명박 OUT’ 등의 팻말을 들고 대회에 참가했고, 서울 소공동 원구단 앞 차로에서는 남북공동실천연대 소속 회원 3명이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는 이날 범불교도대회 주최 측에 서울광장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물리기로 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시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서울광장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촛불집회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에도 변상금이 부과된 바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부처님오신날이나 성탄절을 기념해 열리는 순수한 종교행사에는 광장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평소에 열리는 종교행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사용료는 주간에 시간당 1㎡에 10원으로, 1시간 동안 서울광장 전체를 사용할 경우 13만원가량된다.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20%의 변상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정성수·김재홍·유태영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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