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사육 알고도 방치=서울시는 지난 5일 시내에서 첫 AI 발생 이후 6일 만인 11일 또다시 AI가 발생하자 가정집에서 키우고 있는 닭을 포함한 846곳의 닭·오리 등 조류 1만5000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당초 AI 발생 때 농가 8곳 등에서 조류 500여마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는 5일 만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전수조사 결과 각 가정 등에서 사육 중인 조류는 당초 발표보다 무려 30배나 많은 1만5000여마리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올 들어 처음으로 지난달 초 전북 김제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이같이 한 달 이상 조류 사육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와 자치구 등 간에 AI 관련 보고나 공조 등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자체 등이 제각기 따로 논 셈이다.
송파구는 AI가 발생한 송파 문정·장지지구 일부 주민이 지난해부터 당국의 허가 없이 닭과 오리 등을 키우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송파 문정·장지지구 개발에 따른 분양상가 입주권 등을 받기 위해 불법으로 닭 등을 키우면서 구에 제대로 보상을 받게 해달라며 지속적으로 민원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구는 AI가 발생한 직후까지 시에 이 같은 사실조차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서울시는 광진구에서 지난달 28일 꿩 2마리가 폐사한 뒤 5일이나 지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AI 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해 ‘늑장·미온 대처’라는 비난을 받았다.
◆불안감 확산=광진구에 이어 송파구에서도 AI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울시와 각 지치구에는 AI와 관련된 문의전화 등이 쇄도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이전에는 전혀 없던 ‘우리 집 앞에 새가 죽어 있는데 괜찮겠느냐’는 AI와 관련된 내용의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조류가 죽었으면 수의과학검역원에, 살아 있으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대형마트 등에서 닭고기 등의 매출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 양재·창동·고양, 성남에 있는 농협 4대 매장의 닭고기 하루 매출액은 AI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일 1483만원에서 5월9일 363만원으로 75.5%나 감소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36·회사원)씨는 “그동안 AI가 지방에서만 발생한 것과 달리 서울에서도 잇달아 발생해 닭고기 먹기가 불안하다”며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물론 정부조차 AI 사태에 너무 허술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귀전·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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