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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무과실 입증못하면 의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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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수술후 마비환자에 병원배상” 판결

20년 국회표류 ‘피해구제법’ 제정 힘 받을듯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병원 측이 과실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료사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의사와 병원에 묻는 내용이 포함된 ‘의료사고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 20년 가까이 국회에 표류하다 지난해 겨우 국회 심사 소위를 통과했으나 그후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민사7부는 최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은 후 양쪽 다리가 마비된 이모씨가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병원과 담당의사는 환자에게 1억2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료행위상 손해 발생 증명 책임은 환자 측에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일반인이 이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면서 “수술 직후 갑자기 하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상 주의 의무 위반을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사고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일반인이 입증하기 어려운 의료사고에 대해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사고구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이정례 건강보장팀장은 “전문가가 아닌 환자가 의료사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와는 달리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주경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그간 몇 차례 나왔던 하나의 판례에 불과하다”며 “판례만으로 모든 의사들이 의료사고를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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