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급증에도 장소는 태부족
“학생 수 줄길 기다릴 수 밖에…”
학부모들 원성 하늘 찌를 지경
“유료 희망자도 빈자리 없는데
무료 확대한다니… 제정신인가”
법적 근거 미비… 주먹구구 운영
강사들도 수업외 업무 살인적 “돌봄교실 파행이 불가피하다.”
올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당장 내년 초등 1, 2학년부터 무료 돌봄교실을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무료 신청자가 급증하면 엄청난 예산 부담과 돌봄교실 기능 악화가 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돌봄교실도 물적·인적 기반 부족과 부실 운영 등으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초등학생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데가 절실한 맞벌이·한부모가정의 증가로 돌봄교실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2007년 이후 수익자부담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했다. 각 시·도교육청별로 학생당 매달 1만∼6만5000원(저소득층은 무료)의 이용료를 받고 방과후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는 아침(오전 6시30분∼9시)부터 저녁(방과후∼오후 10시)까지 하는 ‘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도 시행됐다. 이에 따라 2007년 전국 초등학교의 43.4%에 그쳤던 돌봄교실 운영 비율은 지난해 96%까지 올라갔다. 같은 기간 이용학생은 5만명에서 15만90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증가에 비해 내실은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우선 교실당 20명 안팎을 수용하는 돌봄교실이 충분치 않아 대상 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학교가 허다하다.
서울 금천구의 A초등교는 올 초 1, 2학년 42명을 포함해 66명이 돌봄교실 이용을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학교에 돌봄교실이 없어서다. 특별실과 도서실을 지하실에 둘 정도로 돌봄교실을 만들 형편이 안 된다. A초등교 이모 교장은 “학부모들이 돌봄교실 설치를 요청하지만 향후 학생 수가 줄어 남는 교실이 생길 때까지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학교가 서울에만 40여곳이나 된다.
![]() |
| 박근혜정부는 방과 후에도 어린이들을 보살펴주는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설 등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파행 운영이 우려된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 1∼2학년생들이 ‘엄마품 온종일 돌봄교실’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충북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무료 돌봄교실을 확대하면 각 지역에서 예산·시설부족 등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돌봄교실 예산이 68억원이나 감소한 경기교육청은 추경예산 편성을 고민 중이다.
돌봄교실에서 탈락한 학부모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등 다른 돌봄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거리나 이동 중 안전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가정이 많다.
방과후 혼자 집에 있는 아들(8) 걱정에 매일 귀가전쟁을 벌인다는 박모(40)씨는 “유료 이용 희망자들도 빈자리가 없어 난리인 판에 무료 이용자를 확대하겠다는 게 제정신이냐”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다음 달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료 돌봄 확대시 증가되는 수요·돌봄교실·강사·예산 규모 등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새 돌봄교실 신·증설비와 교실당 연간 수천만원의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올해(2500억원)보다 몇 배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현재 돌봄교실 설치비만 ‘전용’이 2000만∼3000만원, ‘일반교실 겸용’이 1000만원가량이다.
교육부의 2011년 돌봄교실 수요조사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응답자 970명 중 42.7%(414명)가 돌봄교실 개선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학습 강화’를 꼽았다. 이 밖에 ‘(교실당) 인원 축소’(8.8%)와 ‘시설 개선‘(7.7%) 등의 의견이 나왔다. 많은 학부모가 현행 돌봄교실이 ‘보육 위주의 단순 돌봄에 그치고 있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적 근거가 미비해 운영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돌봄강사 자격, 신분, 직무연수 등이 체계적이지 않아 돌봄교실의 질이 지역·학교 여건과 강사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대부분 초등학교가 돌봄교실 운영 전반을 비정규직인 전담강사에게 떠맡기면서 강사들이 엄청난 업무량과 열악한 처우 등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돌봄강사 C(40·여·경력 5년)씨의 공식 근무시간은 1일 기준 8시간(오후 1∼9시)이다. 그러나 실상은 오전 중에 출근해 오후 10∼11시쯤 퇴근하기 일쑤다. 주·월·연간 프로그램 운영 및 간식·급식계획서와 예산 지출내역, 교육청과 지자체 요구 보고서 작성 등 각종 행정업무가 산더미다. 아침돌봄·보조 강사 관리나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 학부모 상담, 간·급식 장보기 등도 그의 몫이다.
돌봄 시간에는 반과 학년·학업수준이 제각각인 학생 20명의 숙제와 국어 받아쓰기·수학 연산 등 개별 학습지도, 간·석식 제공, 설겆이 등으로 바쁘다. 하지만 1일 8시간 근무만 인정된 그의 월급여는 주 5일 기준으로 1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C씨는 “정규수업을 마친 어린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다양한 놀이나 스포츠·체험활동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여력이 안 된다”며 “특히 저녁돌봄으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강사와 학생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 돌봄강사는 정규 교사들이 쉬는 토요일과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돌봄교실을 지켜야 한다. 이 처럼 강도 높은 근무와 스트레스에 유산을 하는 사례도 있는 등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강사가 많다.
돌봄교실 내실화를 위해 강사 자격요건 강화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돌봄교실은 인성교육 등 교육 기능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는 전문 영역”이라며 “충분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인력이 담당하도록 강사 명칭 변경을 포함한 제도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시대착오적 과잉 의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9/128/20261019524613.jpg
)
![[김환기칼럼] 민심오독증 안 고치면 답 없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9/128/20261019524633.jpg
)
![[기자가만난세상] 집권당의 낯뜨거운 ‘망한 정부 탓’](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20/128/20260720524392.jpg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불타는 프랑스와 불안한 독일의 침묵](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19/128/2026101952246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