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의 흥미나 적성, 소질을 개발하기보다 막연히 남보다 뛰어난 인재로 키우고 싶은 욕심 탓에 이씨처럼 사교육 행렬에 동참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 같은 경향은 세계일보가 최근 영어교육전문기업 ‘윤선생’과 함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514명을 대상으로 자녀 사교육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2일 설문 분석 결과 응답자의 92%(474명)가 평균 2.8개 과목을 사교육시키고 있었으며, ‘5개 과목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14.1%나 됐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31만6000원이었고, 응답자의 65.6%는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교육 종류(복수응답)은 영어가 80.4%로 가장 많았고, 피아노(37.6%), 사고력 수학(25.7%), 태권도(24.3%), 미술(21.1%), 교과 수학(16.5%), 논술(14.8%), 수영·국어·한자(12∼10%) 등 30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사교육을 ‘자녀가 원해서’라고 응답한 학부모는 27.4%에 그쳤다. 대신 ‘부모 생각에 필요할 것 같아서’(51.7%)와 ‘자녀가 뒤처질까봐 불안해서’(17.1%)라는 응답이 68.8%나 됐다. 사교육 선택시 자녀 대신 부모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사교육이 교육적 효과가 없었음에도 중단하지 못했다는 학부모도 10명 중 4명 꼴(35.9%)이었다. 주된 이유로는 ‘장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해서’ 65.3%, ‘안 시키자니 불안해서’ 15.3%였다. 해당 학부모중 막연한 기대나 남이 하니 불안해서 효과가 적은 사교육을 중단하지 못했다는 경우가 80.6%에 달한 것이다. ‘에듀푸어 가구’(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가구)가 양산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구조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가구의 13%인 82만4000가구가 에듀푸어 가구였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유치원·초등생 50만8000원, 중·고생 69만5000원)는 일반가구(〃 25만6000원, 〃 48만5000원)보다 훨씬 많았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부모가 자녀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교육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전문가 진단과 상담 지원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교육 영역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각 학교가 저렴한 방과후학교 활동 프로그램을 맞춤형·수준별로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심리·정서 상담을 전담하는 기구를 두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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