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씨는 사건수임 약정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의 일부만 세금당국에 신고, 6억원을 탈루했다.
#2. 중소건설업체 대표 박모씨는 거래처인 3개 외주업체에서 원가를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받아 172억원을 가공으로 꾸며내 이 돈을 직원 및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송금, 비자금으로 사용했다.
많이 배우고 돈 많고 힘이 셀수록 세금을 성실히 내겠다는 의식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수임 약정서 아예 작성하지 않기, 가공의 공사원가 만들어내기, 강의교재 판매비 빼돌리기, 바지사장 내세워 세무조사 피하기 등 탈루 백태는 ‘돈 없고 못 배우고 힘없는 자’들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사례들이다.
6일 조세연구원이 25∼64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국민 납세의식 조사 결과’는 ‘힘 세고 배운 자’들의 이중적·기회주의적 납세의식을 보여준다.
소득별로 연간소득 4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성실납세 의향 면에서 100점 만점 기준에 66.8점으로 400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의 71.7점보다 낮았다. 하지만 조세이해도 면에서는 고소득자가 50.1점으로 저소득자의 37.4점을 압도했다.
학력별로도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성실납세 의향은 69.7점으로 고졸 이하 저학력자의 72.0점에 못 미쳤다. 조세이해도는 고학력자가 44.3점으로 저학력자의 34.6점을 역시 능가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성실납세 의향이 69.9점으로 비자영업자의 70.9점보다 낮았지만 조세이해도는 45.1점으로 비자영업자의 38.8점보다 높았다.
종교와 성별, 복권구입 경험 여부도 성실납세 의향과 조세이해도에서 대조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유종교자(72.4점)가 무종교자(68.6점)보다, 여성(71.9점)이 남성(69.4점)보다, 복권구입 무경험자(73.5점)가 유경험자(67.3점)보다 성실납세 의향 점수가 높았다.
이에 반해 조세이해도 면에서는 무종교자(40.9점)가 유종교자(39.0점)보다, 남성(43.1점)이 여성(36.9점)보다, 복권구입 유경험자(40.4점)가 무경험자(39.3점)보다 점수가 높았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세정당국은 고소득, 고학력 및 종교가 없고 위험을 선호하는 30∼40대 자영업자 남성을 우선적으로 성실납세 의향을 향상시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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