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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칼럼] ‘人터넷’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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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01 20:56:14 수정 : 2012-07-01 20: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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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성과 폭력성에 빠지는 아이들
컴퓨터의 노예되면 이기 아닌 흉기
한국의 청소년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는 데 유난히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유익한 정보를 취득하고 휴대전화로 건전한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음란물이나 폭력게임에 탐닉하고, 휴대전화 없이는 의사소통의 능력을 상실할 정도가 된다면 심각한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오죽하면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인터넷게임과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표현까지 불사할까.

사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잔인하고 가혹한 학교폭력이나 위험수위를 넘어선 청소년의 성문화 원인은 모두 이러한 중독현상과 관계가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독자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가상공간에서의 음란성과 폭력성에 쉽게 빠져들면서 이를 현실에서 무분별하게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중독될 경우 발생하는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이 인터넷과 게임, 문자나 카톡 등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어떠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사색할 시간은 그만큼 줄게 된다. 더욱이 이러한 기계를 사용하는 데는 별다른 사고가 필요없다. 결국 이러한 중독현상은 사고능력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컴퓨터나 휴대전화 사용을 일절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분명 고도로 발달된 과학의 산물임은 물론, 올바로 사용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의 이기(利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게임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읽기와 쓰기에 재미를 붙여주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학교와 가정이 함께 노력한다면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말로만 선진국교육을 논할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지속적인 과제 부여와 부단한 점검을 통해 독서와 작문을 강조하는 전통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이 독서와 작문을 통해 사고하는 즐거움을 배우게 된다면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쓰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다음으로, 체육활동의 권장을 들 수 있다. 요즘 청소년은 운동할 시간이 별로 없다. 학교 체육시간에는 자습하는 일이 많고,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체육시설과 공간도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단, 사회 전체의 관심과 인식이 절대 부족하다. 체육활동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단련하고 노작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될 때 청소년은 굳이 음침한 가상공간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예술교육을 통해 심미적 안목을 습득하는 것도 컴퓨터중독의 좋은 예방책이다. 청소년이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면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면 인터넷의 음란물이나 폭력적 게임에 빠져들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음란물의 퇴폐성과 폭력의 추악함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찬한다. 그런데 청소년이 인터넷을 이용해 음란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게임에 중독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과연 인터넷 강국의 의미가 무엇인지 재고해 보게 된다.

끝으로, 기계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청소년에게 일깨워 줘야 한다. 요즘 많은 대학생은 컴퓨터의 도움 없이는 도서관에서 책도 잘 못 찾는다고 한다. 그들이 컴퓨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누가 누구의 주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될 때 기계는 이기가 아닌 파괴적인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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