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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읽을 게 없어요” 외면받는 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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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05 21:31:27 수정 : 2010-10-05 2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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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도한 학교 전자도서관(DLS) 프로그램은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자료관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양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해 학교별 자료구입비를 절감하고 독서교육과 자료활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했다. 현재 전국 15개 교육청 소속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질 개선이나 시스템 확충을 위한 예산 확대와 교육적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 배치 등은 뒷전에 머물러 왔다. 2008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연구 보고서를 보면, DLS 서버관리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교육청이 4개에 달한다. DLS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구입비가 책정된 곳은 5곳에 그치고 있고, 관리 운영도 학교 교육과정과는 상관없는 행정직 사서나 전산직, 심지어는 계약직 직원이 맡고 있는 실정이다.

◇송기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장
학생의 개인정보 유출을 야기한 독서통장은 DLS의 원래 기능은 아니고 학생의 독서 이력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업체에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학교 독서교육이 평생학습과 자기주도학습능력 개발로 연계되지 못하고, 대입과 연계한 독서 실적 키우기로 변질되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잘못된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학생의 독서를 양적으로 인증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어떠한 형태의 독서교육 정책도 이윤을 추구하는 자들의 표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DLS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에 소독약을 뿌리고 균을 제거했으니 다시 먹어도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책을 원하고, 어떤 책을 보고 있는지, 누구로부터 어떤 독서상담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2009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독서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공부와 학원수강으로 인한 시간부족이라고 한다. 교과 학습이 독서와 연계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 교육이 독서를 방해하는 현실에서 독서 통장의 빈칸을 채워가는 독서이력 관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한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찾지 않는 이유가 읽을 만한 책이 없고,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 바라는 것은 좋은 책에 대한 소개, 독서에 대한 정보 제공, 그리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라는 응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스러운 것은 학생들의 독서가 문학도서(43.4%)와 만화와 무협지(23.1%)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저급한 만화나 해외 번역 소설로 채워지고, 학생들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진로 등 독서 흥미나 요구에 맞춘 전문적인 독서지도를 해줄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다. 학생의 안전한 읽을거리를 책임지고 독서상담과 교과와 연계한 정보이용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 배치율이 2009년 현재 전국 1만1082개의 학교도서관에 고작 6.3%에 불과한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이 신종플루나 식중독에 걸리는 것은 염려하면서 학습능력과 인생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읽을거리의 안정성에는 왜 그토록 무관심하단 말인가? 이제 학교 독서교육이 교과 학습과 연계되고 학생의 창의성 개발과 협동적 공동체 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독서 청정공간으로서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투자할 때이다.

송기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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