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장 |
따라서 DLS의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에 소독약을 뿌리고 균을 제거했으니 다시 먹어도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책을 원하고, 어떤 책을 보고 있는지, 누구로부터 어떤 독서상담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2009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독서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공부와 학원수강으로 인한 시간부족이라고 한다. 교과 학습이 독서와 연계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 교육이 독서를 방해하는 현실에서 독서 통장의 빈칸을 채워가는 독서이력 관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한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찾지 않는 이유가 읽을 만한 책이 없고,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 바라는 것은 좋은 책에 대한 소개, 독서에 대한 정보 제공, 그리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라는 응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스러운 것은 학생들의 독서가 문학도서(43.4%)와 만화와 무협지(23.1%)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이 저급한 만화나 해외 번역 소설로 채워지고, 학생들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진로 등 독서 흥미나 요구에 맞춘 전문적인 독서지도를 해줄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다. 학생의 안전한 읽을거리를 책임지고 독서상담과 교과와 연계한 정보이용교육을 담당할 사서교사 배치율이 2009년 현재 전국 1만1082개의 학교도서관에 고작 6.3%에 불과한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이 신종플루나 식중독에 걸리는 것은 염려하면서 학습능력과 인생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읽을거리의 안정성에는 왜 그토록 무관심하단 말인가? 이제 학교 독서교육이 교과 학습과 연계되고 학생의 창의성 개발과 협동적 공동체 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독서 청정공간으로서의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투자할 때이다.
송기호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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