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스위스 비밀계좌 존재 여부를 놓고 스위스와 미국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2000년 기준으로 43억달러의 비자금이 예치돼 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추정이 발단이 됐다. 피에르 미라보 스위스 은행연합회 회장은 “내가 확실히 보장컨대 어떤 스위스 은행도 그런 계좌를 열거나 운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애셔 전 미 국무부 자문관은 “북한은 우리가 옷을 갈아입는 것만큼이나 자주 사람 이름을 바꾸고 수많은 허위 금융거래를 통해 자금을 은닉해왔다”고 맞불을 놓았다.
스위스는 독재자들의 불법 자금 은닉처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돈세탁 규제를 강화해 왔다. 1998년 돈세탁 방지법을 도입하고 수상한 금융거래에 관한 기록을 보관했다. 2009년부터는 관련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모든 의심스런 금융거래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다. 최근엔 독재자의 해외 비자금을 동결한 뒤 해당국에 반환할 수 있는 ‘뒤발리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는 그간 나이지리아 독재자 사니 아바차가 은닉한 7억달러와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예치했던 6억8400만달러 등 불법 비자금 수십억달러를 반환했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의 해외 은닉 비자금을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넘겨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철 전 스위스대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3월 귀국 전까지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은행의 김 위원장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 공교롭게도 그가 귀국할 무렵 김 위원장이 긴급히 외국으로 도피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스위스 은행에 보관해 오던 40억달러 규모의 비자금이 룩셈부르크 은행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최근 북한의 해외 계좌를 통한 돈세탁을 면밀히 주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미국의 금융제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탈북자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비자금 5%만으로도 북한의 식량난을 충분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의 해외 비자금을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다.
안경업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새만금 AI 밸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9/128/20260609517674.jpg
)
![[데스크의눈] 균형발전과 지방선거 그리고 2030 집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4/128/20260414521104.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그림이 주는 선(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26/128/20260526517047.jpg
)
![[오늘의시선] 선관위 개혁,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2/08/30/128/2022083052504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