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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 美전역 확산… 유럽 닮아가나

입력 : 2011-10-03 04:47:44 수정 : 2011-10-03 04: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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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경제’에 불만 폭발… 실업자 가세하며 폭력 양상
보스턴 등 주요도시로 퍼져… 뉴욕경찰도 700명 체포 강경
세계금융자본의 메카인 뉴욕 월가가 날밤을 새우는 시위로 소란스럽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위기 파고가 다시 몰아닥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빈곤을 걱정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는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월가에서 시위대가 소리를 높이기는 벌써 2주일째. 비가 와도 이어진다. 월가의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 경제를 주름지게 하는 빚더미 문제가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하고 있다.

1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경찰은 월가 시위대 700여명을 전격 체포했다. 이들은 브루클린 다리로 가던 중이었다. 이들에게 붙은 죄목은 교통방해 혐의다.

세계금융의 심장부 월가의 시위에 불을 붙인 것은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Adbusters)다. 이 잡지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선동했다. 이들은 아랍권 국가의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만명의 시위대를 모아 월가 일대를 미국판 ‘타흐리르 광장’(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열린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월가 시위에서 나오는 구호는 경제적 불평등, 월가 금융인의 도덕 불감증, 청년 실업에 대한 불만들이다. 빚더미 미국경제가 부른 암울한 현실을 담은 구호들이다.

시위대는 삼삼오오 모여 미국 사회의 문제를 토론한다. ‘1%만 부자이고 99%는 가난뱅이’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비오는 거리를 행진하기도 한다. 저녁엔 월가 인근의 주코티 공원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시위를 이어가는 젊은이도 늘어나고 있다.

시위대에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학자금 빚에 허덕이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다수 참여했다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와 할리우드 여배우 수전 서랜던도 시위에 동참했다.

경찰 대응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뉴욕 경찰은 월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제지선을 넘은 시위대는 가차없이 체포하고 있다. 그물과 최루 스프레이까지 동원되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저녁부터 브루클린 다리 인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브루클린 다리 한쪽을 폐쇄했다. 이날 오후 시위대가 다리 인도에서 도로 쪽으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은 강경 대응에 들어가 도로로 나온 시위대를 무차별 체포했다.

월가의 시위는 보스턴을 비롯한 미국의 다른 큰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보스턴 시위대는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택 압류에 항의하면서 BoA 건물 내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25명이 주거 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보스턴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연합은 기업의 탐욕에 항의하고 은행의 압류를 막고자 이날 시위를 조직했으며 3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다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수백만달러의 급여와 상여금을 긁어모으며 매달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BoA는 최근 직원 3만명을 해고하고 2014년까지 연간 지출을 50억달러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오는 6일 워싱턴DC와 댈러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점거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시위대가 내건 의제도 월가의 탐욕이나 경제적 불평등뿐 아니라 환경, 의료, 교육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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