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필수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이집트와의 국경 밀수를 통해 조달해온 생필품까지 뚝 끊기면서 주민들 고통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주민은 생존을 위해 이집트로 ‘엑소더스’를 시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이 3일째인 29일에도 계속되면서 가자지역의 병원마다 부상자들이 밀려들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의 수도 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이번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15살 미만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소 51명에 이른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봉쇄 조치를 취한 이후 1년 이상 의약품을 지원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가자의 국제적십자사 대변인 이야드 나스르는“병원에 수백명의 부상자가 몰리고 있지만 필요 의약품과 장비의 극히 일부만 공급받고 있다”면서 “물품이 거의 바닥났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당국이 하마스의 보안시설 외에도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지대에 조성된 지하 땅굴을 집중 폭격하면서 생필품 부족도 가중되고 있다. 이들 땅굴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가자지구를 봉쇄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집트에서 생필품을 반입하려고 뚫어놓은 것들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땅굴을 통해 식량과 의류, 담배, 랩톱 컴퓨터 등 다양한 생필품을 얻어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군이 이집트 국경의 가자지구 쪽에 설치된 땅굴 40여곳을 공습했다”면서 “이들 땅굴은 무기와 폭발물 반입에 쓰여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이들 땅굴이 무너져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이집트 국경을 넘어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집트 보안당국은 이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4㎞에 달하는 이집트 국경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국경 4군데를 뚫고 수백명이 이집트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 국경수비대와 탈출 주민 간에 무력충돌까지 발생하고 있다. 무장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집트 수비대 간 총격전으로 수비대 간부 1명과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한편 인도네시아와 이란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팔레스타인에 보낼 이슬람 전사를 모집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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