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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삼국사기는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할 최고의 증거

입력 : 2008-01-04 22:41:34 수정 : 2008-01-04 22: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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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 중국 베이징 거주·애니차이나 대표
한중 수교 15주년인 올해 양국에서 많은 우호 행사가 치러졌다. 15년 동안 한중 관계는 긍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았다. 외교 면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와 학술 면에서 동북공정에 대한 미흡한 대처를 문제로 들 수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양국 우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삼국사기’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무제 때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가 첫 번째 정사(正史)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그 후 약 1200여년 뒤인 고려 인종 23년(1145)에 김부식 등에 의해 편찬된 ‘삼국사기’가 현존하는 첫 정사라 할 수 있다.

사기는 한나라 무제 이전의 중국 3000년 역사를 다루고 있다. 사마천은 그 이전의 편년체 및 국별체(國別體) 역사 서술 방식에서 탈피해 인물 위주의 독창적인 기전체 서술 방식을 완성했다. 기전체는 이후 중국 정사의 서술 방식이 되었다. 삼국사기는 기전체를 모방한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본기(本紀)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이 특징이다.

삼국사기에 대한 평가는 사기의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 사기가 중국 내에서 호평받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삼국사기가 비판받는 이유는 유학자인 김부식의 사대주의 사관이 녹아 있다는 점과 묘청의 서경 천도, 북진정책을 제압했던 인물들이 중심이 돼 쓰인 역사서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동북공정의 핵심 이슈가 바로 고구려라는 점을 상기할 때 우리 민족사에서 삼국사기의 위대한 가치는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현재 고구려를 자신들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사서 중에서 고구려 역사를 본기로 할애해 저술한 정사는 없다. 단지 열전(列傳) 형식을 빌려 변방의 소수민족으로 기술했을 뿐이다.

반면 삼국사기는 고구려 역사를 한민족의 고대 삼국 중 하나로 본기에 기재했다.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사서인 삼국사기가 고구려를 민족사에 포함함으로써 현재 우리의 대응 논리가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문헌자료와 문물자료다.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고구려의 대부분 영역이었던 만주가 현재 중국 관할이기 때문에 문물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문헌자료다. 삼국사기라는 귀중한 문헌이 바로 동북공정에 맞서 중국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고구려는 명실상부한 한국 정통 삼국 중의 하나이며, 한국 역사의 일부다. 삼국사기는 고구려를 본기로 다뤄 한국사의 일부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만약 삼국사기가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를 변방 소수민족 정권으로 인식해 열전에 기술했다면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었까. 반박 근거를 상실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삼국사기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사대주의 사관이라고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온 삼국사기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최고의 반박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김부식 중국 베이징 거주·애니차이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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