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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추자현 "늘 처음이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죠"

입력 : 2008-11-25 09:50:34 수정 : 2008-11-25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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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영화 '미인도'가 '한국영화의 부활'이라는 타이틀을 곳곳에 선사하고 있는 가운데 누적관객도 11월 24일 기준으로 128만명을 넘어섰다. 독특한 소재와 파격적인 노출신때문에 1차적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화려한 영상미와 이를 잘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충무로 요부'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설화' 추자현이 있었다.

추자현은 인터뷰하는 동안 몇 번이나 '설화'와 '추자현'을 오갔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설화'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이야기할 때는 다시 한번 그 배역으로 몰입해 들어가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두 기녀가 체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 잘해서 홍보때도 보였던 제 장면이 삭제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까 너무 좋았어요. 또 '설화'라는 인물을 살리는데도 이게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보면 그 장면에서 한 남자가 저의 가슴을 껴안는 장면이 있었는데, '설화'가 조선 최고의 기녀인데 아무나 만지고 할 수 있는 설정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근접하지 못하면 더 센 모습이 나올 것이라 봤죠. 굳이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신에서 제가 엄청 이쁘게 나왔다는 것 정도. (웃음) 이후에 영호오빠와의 배드신은 거꾸로 조선 최고인 설화가 모멸감을 느껴야 했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제의를 한 것이죠. '설화'가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데, 단순히 김홍도가 들어와서 껴안고 나간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시나리오상에 제가 노출신이 없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조심스러워 하셨죠. 하지만 기녀 '설화'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추자현이면 못할 것 같지만 '설화'라서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물론 이같은 배드신을 하기까지는 상대역인 김영호의 힘이 컸다. 예정에도 없었던 배드신에 대해 김영호는 초반에는 의견을 달리했다고 한다. 이유는 '설화'가 이쁘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3년만에 찾은 남자가 여자에게 당하는 듯한 장면으로 여자가 약하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강행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도 김영호는 추자현을 챙기기 바뻤다.

"전 연기할 때 스텝들이 보이지 않아요. 둘이 배드신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원래 촬영이 끊어지면 여배우들에게 뭐 걸쳐주고 그러잖아요. 전 감정이 깨질까봐 하지 말라고 해요. 그런데 영호 오빠가 자신의 큰 옷으로 안아주는거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빠의 느낌을 갖게되고 배드신을 찍을때도 '우리 배드신 찍고있는거야 뭐야'라는 생각도 들었다니까요"

관객들이나 언론들은 배드신에 관심을 갖다보니 추자현이란 배우가 영화 '미인도'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쁘게 변했다는 점은 놓치기도 한다. 영화 '사생결단'때 파격 연기와 연계만 짓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분명 추자현이 스크린에서 보여준 모습은 털털하거나 파격적이라든가라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였다. '요부'의 모습을 보이기는 해도 아름다움과 슬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쁘다'는 말 들으려고 '설화'했어요.(웃음)  기자님들이 '설화' 왜 했냐는 질문하면 전 진짜로 '이쁜 역할 해보고 싶어서 한거에요'라고 답변하거든요. 추자현 하면 여성스럽지 못한 역할을 너무 많이 했잖아요. 내가 이 나이까지 연기로 먹고 살수 있는 것은 참 혹독하게 충실히 연기를 해와서 그런 것이지만, 저도 여자이다보니 여배우로서 '추자현'하면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여성적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미인도라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자 역할을 신윤복 빼고 '설화'밖에 없잖아요. '신윤복으로 하기에는 제가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고, '설화'를 보니 조선 최고의 기녀라고 하기에 이 인물만 집중적으로 봤죠. 시작은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하다보니까 '설화'가 이쁘기만 한 기녀는 아니더라고요. 솔직히 이쁜 기녀를 할 여배우라면 저 아니어도 이쁘신 분들이 많잖아요. 영화 속의 시대에서 기녀를 관객들에게 센세이션하게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한 것 같아요"

추자현이 출연한 영화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전작인 '사생결단'은 그녀를 순식간에 충무로의 주요 여배우 자리로 올려놓았고, 이번 미인도를 통해서는 아예 굳히기에 들어갔다. 사실 이때문에 추자현은 "'사생결단'으로 많은 상을 수상하자, 영화 관계자들이 주인공을 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작은 역할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며 애매한 위치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래도 그녀는 작품마다 주목을 받는 '여배우'가 되어 있었다.

"'카이스트' 끝나고 '명랑소녀' 하기 전까지는 너무 남자같아서 캐스트되기 힘들었어요. 맨날 예능프로그램 출연 제의만 들어왔죠. 남자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잘 생각해보시면 제가 '카이스트' 이미지로 쇼프로그램이나 광고를 찍는 것을 못 보셨을거에요. 사실 그때는 젊음의 객기죠. (웃음) 그리고 나서 '명랑소녀'에서는 약간은 터프한데, 약간은 정민씨와 러브라인을 그리면서 코믹하게 나오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그러다 다시 아침드라마 하나 찍은 후에 대만으로 넘어가 드라마를 찍고 왔죠. 제가 한국에서와는 달리 대만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송혜고나 최지우씨 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리고 돌아와서 다시 '압구정 종갓집'을 하면서 또 터프한 것을 하니까 아예 나중에는 할 수 있는 작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어하다가 중국어 배워서 중국 신인으로 갈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마침 '사생결단' 시나리오가 들어온거에요. 당시에는 읽고 제 역할이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누가 하든 정말 연기를 잘해야 했던 역할이었으니까요. 감독님이랑 미팅을 하러 갔는데, 나중에 보니 오디션이었던거에요. 준비해온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연습한 것이 없이 가방에서 담배를 꺼낸 후에 의자 치우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팬티가 보이든 말든 그냥 바닥에 앉아버렸어요. 그후 캐스팅이 되었는데 영화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던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그 힘든 작업이 좋았어요"

'늘 처음처럼'이라는 말은 쉽게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자현은 의외로 자신을 "잃을 것이 없는 배우"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가 "늘 처음처럼 하기에 가지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새로 작품을 하든, 새로 촬영을 들어가든 추자현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다시 원점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본다.

"인터뷰를 하게되면 '사생결단'도 과감한 노출연기를 했고 '미인도'에서도 캐릭터가 세고 배드신도 있는데 앞으로 이미지가 걱정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세요. 걱정을 안했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런데 걱정은 하면서도 역할에 빠지면 그런 생각을 못해요. 제가 만약에 이런 과감한 연기를 강행을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뭔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면 그런 용기를 못낼텐데, 제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연기를 잘한다는 표현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해요. '설화'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낸 것보다는 '설화'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그 자체가 좋았어요. '설화'라는 역을 연기할 때는 추자현을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연기를 끝내고 추자현으로 돌아왔을때는 공허함과 두려움을 느끼죠. 그러나 전 그 공허함과 두려움도 배우가 짊어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한 배역을 맡았다는 것은 다른 배우분들의 기회를 제가 가져간거잖아요. 그래서 제 연기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 촬영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는 스텝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연기를 할때는 제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계산할 수 없어요."

이때문에 추자현은 스스로의 위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한다. 12년 차 배우가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자신의 위치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의아스럽기하지만 그녀는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고맙다고 한다. 이제 막 연기를 하기 위해 충무로에 발을 디딘 신인에게나 들을 법한 말이지만, 거꾸로 수십 년 연기한 사람들도 꼭 가지고 있어야할 마음가짐을 그녀는 스스로의 위치를 확정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끌어낸 것이다.

"사실 제 위치를 모르겠어요. 제가 '미인도'때문에 인터뷰할지도 몰랐고요. 전 '미인도'를 홍보하기 위해 다같이 손을 잡고 뛰는 것 뿐이지, '설화'역을 맡은 저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제가 항상 처음이다보니 제 위치를 모르는 것 같아요. 전 저에게 이런저런 배역을 주신 감독님들에게 기회를 준 자체를 고마워하고 있어요. 또 제가 연기할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요. 제 위치를 아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 정답인 것 같아요. 제가 모습을 바꿨는데 관객들에게 어필이 안되면 제가 반성을 해야겠죠. 그러다보니 제 위치를 제가 모르게 된 것이죠"

영화 '미인도'는 흥행을 달리고 있다. 추자현 역시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흥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단순히 영화 '미인도'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내 영화를 자화자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이런 영화가 나와 준 것에에 대한 반가움과 거기에 내가 한 일원으로 들어가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악조건 속에서 스타트를 힘들게 했는데 감독님이나 배우들 열심히 고생했는데 운이 따라주었으면 하는 심정도 있고요. '미인도'라는 작품때문에 스텝들이 돈도 좀 두둑히 받았으면 좋겠고, 또 투자자들이 이를 통해 돈을 벌어서 다른 영화에 투자해줬으면 좋겠어요"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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