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출범한 팬텀엔터테인먼트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이 기획사는 이수영·아이비를 정상급 가수로 키운 전 이가엔터테인먼트의 이도형(46) 대표가 비디오 유통 1위 업체인 우성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고, 골프공 제조업체이던 코스닥 상장사 ‘팬텀’을 우회상장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후 방송 MC들이 대거 포진된 DY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해 연기자, 가수 등 80여명의 유명 연예인을 거느린 기획사로 강력한 연예계 파워를 과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진의 불화가 심화되면서 이 대표 등 4명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팬텀의 이미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팬텀 경영진은 방송국 고위 간부 등 예능 PD들에게 소속 연예인을 방송에 내보내 달라며 주식시세 정보를 제공해 차익을 챙기게 하거나 무상으로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로비를 펼쳤다. 이 밖에도 일부 기획사는 방송국 관계자와 함께 동남아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뒤 마카오에 들러 카지노 자금을 지원하거나 국내 강원랜드에서 500만∼3000만원어치 칩을 제공하는 접대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 기획사의 일부 간부는 카지노에 빠져 수시로 해외 도박장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반 제작 관련 종사자들은 “방송 음악·오락 담당 PD들이 평소 잘 알지 못하는 제작자나 매니저는 아예 상대하지 않는다”면서 “신인이 주요 프로그램에 나가려면 아직도 많은 돈이 들 정도로 홍보가 힘들다. 평일에도 PD들과 필드에 나가기 일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그러나 “PD들의 신변을 철저하게 지켜 줄 수 있는 기획사들은 아직도 비리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비밀리에 직거래하고 있어 연예계 비리 공생관계는 앞으로도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음반제작자는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의 새 음반이 나와 방송국을 한바퀴 돌려면 담당 PD는 물론 스태프까지 접대하느라 주말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밝혔다.
방송가의 음악프로그램 출연 단가도 이번 수사에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음반 제작을 직접 해 홍보에 나선 한 뮤지션은 “앨범 홍보차 지인을 통해 한 음악프로그램 제작자를 찾아갔다가 돈을 요구하는 쪽으로 말을 돌려 출연도 못하고 망신만 당한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방송국은 순수 음악인들이 발붙일 곳이 아니구나, 정말 썩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기획사 간부들은 이미 잠적해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며 “방송사의 독점방송이 계속되는 한 PD와 연예기획사 비리 공생관계는 끊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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