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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의 진수… 플래닛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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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27 10:32:59 수정 : 2008-06-27 10: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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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 토대 SF·호러·로맨스 등 뒤범벅
재기발랄한 풍자·코믹한 교훈 적절히 배합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플래닛 테러’는 B급영화의 참맛을 보여준다. 강도 높은 폭력과 황당한 유머들이 조악한 화면 속에서 향연을 벌인다. B급영화 마니아라면 반가운 작품이다. 마니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데스페라도’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이너 취향을 좋아하는 부류라면,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다면 쉽게 동화된다. B급 정서에 목마른 이들이여, 간판 내리기 전에 ‘냉큼 보슈!’

◆B급 감성의 결정판=‘플래닛 테러’는 한마디로 장르의 집합체다. 좀비영화를 토대로 SF, 호러, 하드코어, 슬래셔, 코미디, 스릴러, 멜로, 비디오게임 등을 잔뜩 버무려놨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의도적인 조잡함’이다. 1970∼80년대 북미에서 유행했던 자동차극장의 싸구려 영화처럼 포장하려고 다양한 설정을 했다. 우선 닳고 닳은 느낌이 들도록 화면에 스크래치를 냈다. 족히 수백번은 틀어 필름이 망가진 것처럼 쉴새없이 ‘비’가 내린다. 화질 톤과 포커스도 어긋나고 사운드가 따로 놀기도 한다. 심지어 뜨거운 베드신에선 필름이 불에 타들어가는 장면과 “죄송하다”는 극장주 자막까지 삽입했다.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 필름이 탄 듯한 이 ‘미싱릴’ 장면 때문에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고 한다.

압권은 본편 앞에 붙어 있는 가짜 예고편이다. ‘쌍팔년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액션활극 ‘마쉐티’란 영화가 버젓이 예고편으로 상영된다. 로드리게스 감독은 실제 이를 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감독은 이런 장치를 통해 의도적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장르는 물론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감독의 재기발랄함과 천재성이 엿보인다.

‘플래닛 테러’는 원래 타란티노 감독의 ‘데스 프루프’와 함께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엮인 영화다. 그라인드 하우스란 질 낮은 B급영화를 동시상영하던 극장을 가리킨다. 국내 개봉판은 ‘그라인드 하우스’에서 편집됐던 15분이 추가된 버전이다.

두 영화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디테일 한 가지. 극중 DJ 정글 줄리아를 추모하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데, 정글 줄리아는 ‘데스 프루프’에서 스턴트맨(커트 러셀)의 차사고로 죽는 인물이다.

◆좀비영화=로드리게스는 처음부터 좀비영화를 생각했다. 10여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했던 그는 존 카펜터나 조지 로메오 등 좀비 호러물의 대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플래닛 테러’는 좀비와 이들에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다. 여기에 재기발랄한 풍자와 코믹한 교훈이 적절히 배합됐다.

미국 어느 후미진 도시,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로 변한다. 이에 개그맨이 꿈인 고고댄서 체리 달링,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은 마취과 의사, 바비큐집 주인 형과 보안관 동생, 수다스러운 베이비시터 등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지의 인물이자 체리 달링의 연인 엘레이를 중심으로 좀비들에 맞선다. 좀비의 공격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체리 달링은 의족 대신 머신건을 장착하고 인류 구원의 여전사로 거듭난다.

좀비영화답게 피와 폭력이 낭자함에도 섬뜩하기보단 유머러스하다. 좀비로 변한 인간이 전기톱으로 사람을 죽이려하지만 전기코드가 뽑혀 실패한다거나 좀비들이 트럭에 치이는 장면이 마치 물풍선 터지듯 경쾌하게 묘사됐다. 영화는 부시의 이라크전을 비꼰다. 바이러스를 들여온 건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군이다. 이라크에 없던 대량살상무기가 알고 보니 미국 본토에 있다는 풍자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어느 후미진 도시는 미국의 은유다. 브루스 윌리스, 타란티노 감독 등이 깜짝 출연한다. 7월 3일 개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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