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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김민희 "아역배우들 쉴 수 있는 학교 만들고 싶다"

입력 : 2008-05-26 14:41:09 수정 : 2008-05-26 14: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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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최근 SBS 일일드라마 '애자언니 민자'에서 윤다훈과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똑순이' 김민희는 스스로를 '연기자'라고 못받았다. 실제 여느 연예인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그렇지 않은 일상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주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번 스무번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만능엔테테이너라기보다는 연기가 좋은 연기자에요. 쉽게 할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넌 안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 어렵게 고민해야 하는 역할이 좋아요. 그래서 그 역에 몰입했다가 빠져나올 때 그 과정이 너무 좋은 거에요.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소질이 없어요. 그냥 작가 선생님들이 글을 써주고 PD선생님들이 저를 캐스팅하면 그분들에게 실망 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이를 통해 CF를 찍고 이런 것은 못하겠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지망생들은 많다. 그러나 실제 '연기자'가 무엇인지를 딱 부러지게 대답하는 지망생들은 드물다. 간혹 신인 연기자들을 대할 때면 이들 대부분 "연예인이 아닌 연기자로 기억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에게 어떤 기준인지 몰라도 단순히 '연예인'이라 불리우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 방송국에 들어와 연기 인생 30년를 넘는 김민희에게 '연예인'과 '연기자'에 대해 기준을 물어봤다.

"수입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을 하면 그런 일을 하면서 사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것 같아 별로 기분 좋은 말은 아니지만 만일 누군가가 연예인을 돈이면 쉽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죠. 자기 이름을 걸고 뭘 팔아서 돈을 벌은 연기자가, 그래서 장사꾼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 연기를 위해 배역을 맡았을 때 정말 몰입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수입이 생기면 좋죠. 그러나 아무도 안 알아줘도 내 갈길을 가서 언제인가 50살이든 60살이 될 때 누군가 '잘하는 것 같아'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연기자'인 것 같아요"

김민희의 말처럼 꾸준히 연기의 길을 가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럴까. 최근 젊은 층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졌다. 몇몇 드라마에 한꺼번에 나와 가끔은 역할에 대한 인식이 혼동스럽기까지 했다. 김민희도 현재 출연하는 드라마에 나오기 전에 아침드라마와 짧은 기간 겹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희는 겹치기 출연에 대해 손사레를 쳤다.

"개인적으로 겹치기 출연은 안 좋아해요. 저도 최근 이것때문에 고민을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꼭 제가 해야될 것 같았고, 또 아침드라마도 곧 끝날 시기라 일일극 출연 결정을 했죠. 사실 겹치기 출연이라는 것이 그 분의 연기력을, 안정성을 보고 캐스팅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것이죠. 그러나 이것도 한두개는 괜찮은데 많이 하시는 분들은 보면 그냥 힘드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에는 이것을 무조건 안좋게 봤는데 현재 나이 들어서 그 정도의 연기력을 펼치는 분들이 드문 가운데에는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지금 차화연씨가 컴백했는데 이렇게 쉬던 분들이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제작하시는 분들도 이런 분들을 발굴해서 방송에 나오시게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김민희가 차화연과 같이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김민희를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려놓은 드라마 '달동네'다. 김민희는 이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똑순이'이라는 애칭과 더불어 김민희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이때부터 김민희는 너무 힘든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똑'소리 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커갔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때 버티지 못하고 유학을 가기도 했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유학을 갔어요. 성인으로의 이미지 변신에 실패해서 갔다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생각할 머리도 없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집, 학교, 방송국 이렇게만 왔다갔다하면서 살았죠. 방송국이라는 것이 작은 사회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본 것은 많은데, 머리가 실제 사회와 같이 자라지 못했어요. 제가 외형은 영악하게 생겼는데 머리에 아무 것도 든 것이 없게 된 거에요. 예를 들어 여관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그것이 촬영팀을 위해서 만들어진 세트인지만 알았어요. 고등학교 3학년때 내 친구들이 거기에 가봤다고 말을 했을 때, 제가 계속 거기서 전 잤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깜짝 놀란거에요. 전 사회에 살고는 있는데 사회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 자라고 있었던 것이죠. 대학에 들어가서도 전 친구들이 갖고 놀기 좋은 바보였어요. 대학 친구들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 연극영화과에 들어왔는데 저는 이미 연기자여서 기수대표로 뽑히고 그랬는데 그것이 못마땅한 거에요. 그래서 시샘을 많이 받았는데, 전 그것도 왜 그런지조차 몰랐어요. 또 그런 상태에서 제가 연기를 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아역 쓰기에는 나이가 있고, 어른 역을 하기에는 애같아 보이는 상황이 되어서, 그런 상황에 적응을 못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유학을 갔어요. 전 개인적으로 잘 갔다고 생각해요. 많이 배우고 거기서 남편도 만나서 26살에 시집도 가고요"

이런 시기를 거친 김민희는 아역배우들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 때문에 과거 '미달이' 김성은이 아역배우 출신으로서 사회생활을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충분히 '끼'를 발휘할 수 있는 수많은 아역배우들이 사회생활에 부적응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모습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런 아역배우들의 처지는 그녀가 연기를 하는 또하나의 목적이 되고 있다.

"지금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태어나기를 연기를 해야하는 팔자라서 그것도 안하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또하나의 이유는 제가 남편 도움없이 제 스스로 벌어 어느정도 재정이 되면 아역배우 출신들을 관리를 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대부분 아역배우들이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애들도 있지만 소년소녀 가장들이 많아요. 아역배우들이 어릴 적에 출연한 후에 조금 크면 다른 아이들에게 밀리죠. 그런 아이들을 생활적으로 지원해주면서 배우로 커갈 수 있게 연기든 무용이든 체계적인 공부를 시키고 싶어요. 매니지먼트회사라기보다는 학교죠. 어린 아이들이 쉴 수 있고 탈선되지 않게 하는 학교요. 저같은 경우에는 어머니가 엄하셔서 그런 일이 없었지만, 사실 아역배우들이 쉽게 나쁜 쪽으로 빠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저는 하고 싶은 거에요"

김민희는 연기할 때 흔히 말하는 '애드립'을 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 상대역으로 나오는 윤다훈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애드립 천재'다. 어떤 상황이든 다양한 '애드립'을 구사해 현장 촬영 스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과거 어느 방송 관계자는 윤다훈의 미공개 장면조차도 아깝다고 말할 정도였다.

"저 역시도 이때까지 웃긴 캐릭터를 많이 해서 애드립에 대한 플러스마이너스 요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작가의 글을 굉장히 중요시하거든요. 작가가 펜으로 한 장면을 만들어줬을 때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데 제 임의로 바꿔버린다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토씨 하나도 안 틀리려고 노력해요. 그렇지만 다훈이 오빠에게는 다훈이 오빠만의 장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글에 충실하고 연기 자체를 천성이라고 생각하는 김민희는 특별히 맡고 싶은 역할이 없다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라 생각하면 하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너 밖에 할 사람이 없다'라고 말하면 어떻게든 자신의 역할로 만들어버리려고 노력한다. 그런 그녀가 말하는 연기는 어떤 것일까.

"다른 사람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너무 의식하면 연기못해요. 최재성씨나 김보성씨 처음 연기할 때 다른 사람들 기겁을 했어요. 행동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당시 트렌드와는 맞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최재성씨만의 연기가 있고 김보성씨만의 연기가 있죠. 이덕화선생님의 수십년을 '부탁해요~'라고 할 때도 그 맛이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다들 똑같은 선생님 밑에서 연기를 배워서 그런지 다들 똑같은 연기가 나와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굳이 방법을 말하자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역할에 몰입이 되면 그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연기를 본인이 믿으면 되는거죠"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황재원 객원기자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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