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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불편함'으로 사회를 말하는 아티스트 '마리킴'

입력 : 2008-02-12 11:52:07 수정 : 2008-02-12 1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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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제 그림을 보면 여자가 나체로 곰한테 뭘 떠먹이고 있잖아요. 곰이나 토끼는 나약한 남성이고 여자는 그런 남성을 돌봐줘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죠. 그 안에서 여자는 희생적이죠. 백설공주도 마찬가지에요.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등 자기를 희생하면서 상대를 돌봐주는 모습을 보이죠. 또다른 명작동화 시리즈인 피노키오에서도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잖아요. 현대사회에서 성형수술하면 코가 달라지는 그런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죠. 어렸을 때는 이런 동화의 내용을 그냥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잖아요. 그런 시선을 표현했어요.”

마리킴. 팝초현실주의을 ‘최초’로 표방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해외 대학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그리고 스스로 ‘팝초현실주의’라는 장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용어라든가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점에서 ‘팝아트’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비교에 대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제 그림을 보고 ‘팝아트’라고도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러나 국내 팝아트는 190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내용을 그대로 따라서하는 것인데 비해 제가 추구하는 ‘팝초현실주의’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부흥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아트라는 장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오래된 포스터 같은 것을 만화적으로 재미있게 그리거나 일본의 옛 만화를 재미있게 표현하는 형태를 띈다는 점에서 팝아트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마리킴블로그 (http://blog.naver.com/mozart_mk)

그녀가 이런 작업을 하계된 계기는 석사 졸업을 위한 작품 준비를 하면서부터였다.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의 경우 진지한 주제로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것에 비해 그녀는 재미있는 것을 찾게 되었고 그러던 중 그녀가 작성한 논문의 주제가 ‘Twisted innocence (뒤틀린 순수성)’였다.

“요시모토 나라 등의 그림이 세계적인 트렌드잖아요. 순수해야할 아이들이 귀엽고 깜찍하기는 한데 그 안에 사악한 표정을 짓고 칼을 들고 있는 모습에 대해 왜 이런 것을 그리는지, 또 사람들은 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논문을 썼어요. 그 논문이 독일 ‘픽토플라즈마(PICtoplasma)’ 페스티벌에 선정이 되어 갔다왔어요. 그 자리에서 미국의 미디어 아트 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제 관심사와 유사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보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 후 그녀는 미국과 영국으로 눈을 돌렸고 그 중간단계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녀의 모국인 한국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냉정했다.

“시련이 많았죠. 한국의 모 캐릭터 애니메이션 유통을 하시는 분이 제 그림을 딱 보더니 너무 놀래서 한국에서 이러한 그림이 잘 될지 자신을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러한 파인아트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굉장히 배타적이었어요. 저에게 조언을 하시는 내용도 큐레이터랑 친해져서 어쨌든 전시회 준비를 해야한다, 바닥부터 해야한다, 이런 장르는 없어서 인정받을 수 없다,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은 인정을 안해준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러나 낙천적인 성격의 그녀가 보인 반응은 의외였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그녀가 생각한 방향은 “그럼 아무도 안하니 제가 하면 되겠네요”였다.

이런 그녀이기에 활동영역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청강문화산업대학과 디자인정글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난 해에는 ‘목구멍속의 금붕어’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해 KT&G 상상마당 우수작품, 부산국제비디오 페스티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친분이 있는 신인가수 포코의 타이틀곡 가사도 쓰면서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다소 불편한 그림을 그리는 그녀지만 노래 가사는 극히 정상적(?)이었다.

“포코를 기획하시는 분이 노래 가사를 유명한 분이 썼다고 저에게 보여주시면서 고쳐달라고 했는데 고치다보니 다시 써야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그냥 써서 줬는데 제가 쓴 것이 더 낫다고 하시면서 가져가 버린거에요. 제 그림하고는 당연히 매칭이 안되죠. 사촌동생이 놔두고 간 소설가 공지영씨의 ‘사랑한 후에’라는 소설책에서 좋은 단어는 다 뽑아서 제 식으로 연결을 한 거에요.”

그녀는 올해 두 권의 책을 낸다. 8~9월에는 책을 내면서 동시에 전시회도 개최한다. 그녀의 불편한 그림은 이를 통해 익숙함으로 변할 지도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제가 공부를 해본 결과 외국에서는 순수해야 하는 아이들이 모순된 모습이나 무서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 그림을 보며 이상하다고 여기는 분들도 한번 보면 잊지 않거든요.”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함을 선사하는 마리킴. 인터뷰 내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기자에게 주었지만 1시간여가 지난 후에는 곧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랄까.

“팝초현실주의라는 장르를 만들고 그 영역을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최초로 만든 장본인. 이렇게 기억되었으면 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뉴욕에서 전시회를 하고 제가 발매를 하는 그림책을 외국에서 바로 선보이려 해요. 세계적으로 제가 유명한 것이 아니라 저 그림을 어디서 많이 봤다라는 식으로 인식해줬으면 좋겠어요.”

/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박효상 객원기자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장소제공=삼일로창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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