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르포] 폭설에 ‘공치는날’만 늘어…하루살이 ‘노가다꾼’의 고된 인생사

입력 : 2012-12-27 15:46:23 수정 : 2012-12-27 15:46: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달에 20일이상 공쳐요. 4~5일 나가는 날이 부지기수고, 열흘 일하면 그나마 행운인거죠.”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26일 새벽,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 앞이 일거리를 찾으려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붐비고 있다. 동이 트는 순간까지도 일감을 찾은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빈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 26일 오전 5시20분 서울 남구로역 새벽인력시장. 두터운 옷차림에 큼직한 가방을 하나씩 멘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일감을 구하러 나온 속칭 ‘노가다’,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이다.

잠시후 현장업자들이 사전에 약속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봉고차 몇 대에 태워 어디론가 떠났다. 모여들었던 100여명의 사람들 중 5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 봉고차를 탔다.

6시10분 상황은 종료됐다. 남은 사람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봉고차를 탈 수 없는 것이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기온은 남겨진 이들에게 체감기온은 영하 20도는 족히 돼 보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최씨는 “요즘은 일감이 없어 거의 논다. 올들어서는 한달에 네닷새 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가 보다 싼 중국인과 중국동포 근로자들이 현장에 넘쳐나 일감 구하기가 더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새벽인력시장은 주로 ▲비계 ▲철근작업 ▲미장 ▲벽돌쌓기 ▲콘크리트 타설(공구리치기) 등 건설 수공업분야 숙련공들이 집결돼 당일 일감을 구하는 곳. 현장업자와 사전 선약을 통해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어서 일거리를 찾아 나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이같은 새벽인력시장은 서울의 21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4곳 정도가 존재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는 일이 꾸준하게 있지 않다는 점이다.

폭설이 내리거나 비가 오는 등 날씨가 큰 변수로 작용해 눈이나 비가 오면 하던 일도 멈추고 돌아가야 하고 오전부터 내리는 날엔 한마디로 ‘공치는 날’이다.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너무 추워서 일하기 힘든데다 눈도 자주 오니까 설상가상으로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생계를 걱정했다.

최근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로 이들 건설일용직의 일거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년에 비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각종 국책사업과 국민주택 조기착공 등에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 현장의 기온은 차갑기만 하다.

철근콘크리트 기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씨는 “1~2년 전에는 한달에 평균 15일 정도 일했지만 요즘에는 10일도 안된다”며 “예전처럼 일거리만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 일당이 13만원인데, 회사 일(소개업체)하면 10만원밖에 안되지만 그마저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경기침체의 영향을 최전방에서 겪고 있는 건설일용직은 현재 사실상 ‘반(半)실업’ 상태에 내몰려 있다. 사회안전망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셈이다. 이들은 기자에게 ▲실업급여 지급요건 완화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