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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허황된 유혹… ‘절망의 늪’으로

입력 : 2011-07-05 09:38:29 수정 : 2011-07-05 09: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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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다단계판매업 정보공개’ 고시
#1. 친구의 소개로 2009년 화장품 판매업체인 A사를 찾은 박모(40)씨는 한 달에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직원들의 설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는 ‘절망의 늪’에 빠지는 지름길이 돼버렸다. 영업 초기 지인들에게 화장품 판매를 하며 수입은 늘었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판매량도 많아졌다. 동네 미용실을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떠맡기듯 맡겨 간신히 판매량을 맞췄지만,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카드 빚을 내 회사에 입금하다 보니 2년 만에 빚은 1억원이 훌쩍 넘었고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2. 대학생 최모(25)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한 건강식품 업체를 찾았다. 다단계 업체라는 것을 알았지만 깊이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겨울방학 두 달 동안 잘만 하면 다른 친구들이 하는 아르바이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실은 달랐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팔려니 말문이 안 떨어지고, 친척들을 찾아 하소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한 달에 서너 개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그가 두 달 내내 발품을 팔아 손에 쥔 돈은 5만원이 전부였다.

다단계 판매원 중 상위 1%만이 연간 수천만원 수당을 받고, 대부분의 판매원이 턱없이 낮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상위 판매자들도 수천만원의 수당을 회사에서 정한 물품 판매량을 채우기 위해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판매원들이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안 되는 상황이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다단계판매업자의 정보공개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작년 90개 다단계업체의 총매출액은 2조5334억원으로 전년 2조2586억원에 비해 2748억원(11.2%) 증가했다.

수당을 받은 판매원 가운데 상위 1% 미만의 판매원이 지급받은 후원수당은 4541억원으로 전체 후원수당의 56.0%를 가져갔다. 즉 99%의 판매원이 나머지 44%의 후원수당을 나눠 가진 셈이다.

상위 1% 미만 판매원의 연간 평균 수당은 4308만원으로 직장인 평균 연봉(2009년 2530만원, 국세청 자료)보다 높았다. 하지만 상위 판매원들 역시 직급을 유지하기 위해 수당을 대부분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큰 수입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박씨는 “상위 판매자들 중 1억원이 넘는 수당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직급에 따른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수당 대부분을 회사로 입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1∼6% 미만 판매원은 396만원, 6∼30% 미만 판매원은 46만원, 30∼60% 미만 판매원은 7만3000원, 60∼100% 판매원은 1만7000원 등의 수당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다단계업체 판매원수는 357만4000명으로 전년(340만명)보다 17만4000명(5.1%) 증가했으며 후원수당을 수령한 판매원은 104만9000명(29.4%)으로 전년(113만3000명)보다 8만4000명(7.4%)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령판매 조장행위, 사재기 등 판매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사항 적발 시 엄중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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