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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품목만 ‘눈가림 값 인하’

입력 : 2011-03-04 13:12:14 수정 : 2011-03-04 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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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가격인하 행사… 정부에 떠밀려 ‘생색내기’ 대형마트들의 잇단 가격 인하 소식을 듣고 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김정미(39·목동)씨는 빈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장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은 가격 인하 품목에서 모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갈치, 배추, 돼지고기 등은 품목에서 모두 제외돼 있었다”면서 “실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비인기 품목만 할인해 놓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3일 생필품 할인행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주부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들이 최근 정부의 강압적인 물가안정 분위기에 밀려 일부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시늉만 내거나, 홍보성 미끼 상품을 내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납품업체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마트는 3일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제품 19개의 가격을 한시적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인하 대상은 A식품의 바사삭 군만두, 미국산 볶음 아몬드, B오렌지 등으로 앞으로 1∼3개월간 8.4∼30%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홈플러스도 이날부터 E 목장우유, F 잡채군만두, 냉장고 등 1200개 주요 생필품 가격 인하에 들어갔다. 소비자단체들은 하지만 이 같은 행사는 정부의 강압적 분위기에 떠밀려 급조된 할인행사라고 꼬집는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만가지 상품 중 할인 품목은 비인기 제품 일부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물가 안정화’를 운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도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떠밀려 할인행사를 하긴 하지만 솔직히 인기 상품은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대형마트들이 가격 인하에 나설 때마다 납품을 하는 중소업체들은 가슴을 졸이게 된다. 대형마트들이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납품업체에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A대형마트에서 올해 초 가격을 올린 제품에 대해 인상 전 가격으로 공급해줄 것을 요청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했다”며 “당분간 남지 않는 장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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