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성분 토마토까지 개발 농산자원의 가장 큰 역할은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먹을거리 공급에 그치지 않고 신물질과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에도 농산자원의 가치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등에 따르면 신물질과 신소재 개발 학문인 분자생물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1973년에는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형질전환해 여러 가지 의약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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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A가 대량으로 함유된 황금쌀. |
구본성 농업과학기술원 기능성물질과장은 “평소 식생활만으로도 각종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제까지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신물질, 신소재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야맹증 등을 예방하는 비타민A를 만들어내는 황금쌀이다. 2000년 비타민A 전구체(선행물질)인 베타카로틴을 생성하는 황금쌀이 처음 개발됐다.
어린이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오메가3 지방산을 만들어내는 콩도 인기를 구가 중이다.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류에서 주로 얻어지는 DHA, EPA 등의 오메가3 지방산은 성인들의 심장질환과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생명공학자들은 물고기에서 오메가3 지방산 생성 유전자를 분리하여 콩이나 유채 등 식물성 유지작물에 적용해 식물도 등 푸른 생선처럼 DHA나 EPA를 함유하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을 추출해 만든 캡슐이나 정제는 제조 및 보관 과정에서 쉽게 산패될 수 있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데, 바로 음식물로 섭취하면 이런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두 가지 항암 물질을 만들어내는 포도 색깔 토마토도 있다. 토마토에 존재하는 항산화 효과, 암 발생 억제, 면역기능 향상, 심장질환 예방, 혈압 개선, 당뇨 진행 저지 등의 기능이 입증된 라이코펜을 만드는 물질이 늘어나도록 한 토마토다.
토마토에는 원래부터 없었던 안토시아닌(흑미나 포도의 자주색 주성분)이라는 다른 종류의 기능성 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라이코펜의 항암성을 높인 포도 색깔 토마토도 개발됐다.
식물 시스템을 이용한 의료용 단백질 생산도 가능해졌다. 뇌졸중, 심근경색 및 폐색전증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용해하는 효소 단백질 유전자를 담배, 알팔파, 벼에 적용해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밖에 지구상 생명체 중 가장 작고 간단한 구조이며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해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도 신물질·신소재 개발 분야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최근 이들 극한 환경 미생물로부터 개발된 효소, 저분자 향료, 생리활성물질 등은 의학 및 생물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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