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지난 2001년 렉서스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한 토요타가 올 10월 세계 시장에서 검증을 끝낸 중형 훼미리카 캠리를 상륙시키면서 예상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적절한 맞상대가 없었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관심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수입차 업계까지도 캠리에 대한 관심이 여타 브랜드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불만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토요타의 부품 내구성과 품질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계도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증’을 내걸 정도로 뛰어난 제품력을 갖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시장경쟁은 품질을 넘어 감성마케팅과 A/S(애프터서비스), 생활 속에서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탄탄한 품질과 전국적 A/S 망을 갖춘 만큼 특별히 대응할 전략은 없다는 입장이며, 토요타 역시 이제 막 한국시장에 진입한 만큼 급격한 시장 확대 전략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겉과 달리 속내는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양측의 숨은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 ‘H·ART’ 통해 문화마케팅 등 강화
토요타, 저가 공세로 국내 매니아층 형성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 A/S망 확충=현대차는 토요타 캠리 국내 출시에 따른 특별한 대응전략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벤츠를 비롯해 혼다, 닛산 등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월 500~700대 정도의 캠리 판매량과 이미 5만대의 출고를 기다리는 쏘나타를 비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특히 캠리에 대한 시장의 과민반응이 내심 토요타가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캠리효과 와는 별개로 제품에서 기업이미지까지 통합 프리미엄 브랜드 형성을 위해 문화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탄탄한 A/S망을 배경으로 자동차 판매 후의 생활 연관서비스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중저가에서 고급 브랜드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최근 고품격 문화행사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그 예가 2007년 탄생한 H·ART 라는 현대차만의 문화브랜드다. 지금까지의 일회성 단순 후원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예술의 전당과 후원조인식을 갖고 각종 공연 후원 외에 에쿠스, 베라크루즈 등 프리미엄 제품 전시를 연계시켜 제품 이미지 향상과 판매 증진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 남양주 해비치 컨트리클럽에서 제네시스 고객 50명을 초청해 KLPGA소속 프로골퍼와 함께하는 2009 제네시스 골프 아카데미 도 열었다. 또한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서울 국제음악제에 고객 100쌍을 각각 초청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의 차량이 정상운행 땐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사고나 차량 운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에 큰 차이가 난다”며 “현대 기아차의 경우 전국 2300여 개 A/S 네트워크인 블루핸즈와 오토큐에서 사용할 수 있는 2만원 상당의 정비서비스 쿠폰을 매년 제공하고, 정비비용 결제 시 결제금액의 30%를 M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부터는 타이어 할인권과 무료 세차권, 엔진오일할인권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 생활 관련 전문 쿠폰북을 만들어 생활과 밀접한 할인혜택을 고객들에게 상시 제공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M-BLU/Q 카드의 자동차생활 서비스 강화는 자동차 구입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객만족을 실천하려는 현대·기아차 경영방침의 일환 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생활패턴과 니즈를 면밀히 파악해 생활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것 이라고 했다.
◆제품력 앞세워 이미지 심기 나서=지난 10월20일 열린 토요타 브랜드 발표회. 이날 후노 유키토시 토요타 부사장은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거나 토종 브랜드와 경쟁할 생각은 없으며, 서비스와 사회공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이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허구에 지나지 않는 만큼 숨은 토요타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타 계열의 한 관계자는 "2001년 한국 시장 입성 전 당시에도 토요타는 철저한 이미지 변신을 위해 판매보다 문화사업과 다양한 후원에 주력, 시장에서의 친근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8년이 지난 현재에도 토요타의 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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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노 유키토시 토요타 부사장 |
특히 물량 공급도 최소화 해 당장 시장경쟁을 일으키는 식이 아니라 점진적 확대로 세계 1위의 브랜드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처럼 차량 판매를 위해 무한의 로비력을 동원했던 전례로 볼 때 당장은 판매 전략을 숨기고 있을 뿐 없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에 선 보인 캠리의 파격적인 가격 설정과 물량 조절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 국내 자동차 관계자는 "이번에 설정한 3490만원(부가세 포함)이란 가격은 한국시장에서 토요타에 대한 가격과 제품력을 시장 구석구석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게 한 후 매니아층을 만들려는 토요타의 전략"이라고 했다.
차량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인도시기를 늦추고 대기고객들에게 추가로 가격을 인하함으로서 고객에게 보답한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이는 현 가격이 이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엔화가 지금보다 더 강세를 보인다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캠리의 판매량 조절은 서비스를 최우선시 하는 토요타의 국내 서비스망 확대가 당장 어렵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토요타 A/S망은 이번에 들여온 4개 모델(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RAV4)을 위해 올해 서울에 3개, 분당, 부산에 각 1개씩 총 5개의 전시장을 갖춰 판매, 서비스, 부품의 3S 컨셉을 바탕으로 고객의 편리성을 높인 원 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 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2001년 시장에 출시된 렉서스는 9개의 딜러사에서 별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번에 판매되는 별도 모델은 5개 전시장에서 별개로 서비스 할 계획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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