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 11월 5일 오후 3시. 현대자동차 압구정점에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소나타와 토요타 캠리의 비교시승 행사가 열렸다. 입구부터 방송카메라가 눈에 띄고, 가득 찬 주차 차량 등으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예약자들에게 1인당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두 차를 타 볼 수 있게 했다.
현장 관계자는 “어제는 낮 시간에는 빈틈없이 예약이 꽉 찼고 오늘도 시승 예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소나타는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에, 캠리는 승차감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 같은 날 오후 5시 용산 토요타 전시장. 평일 낮 시간임에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20대 초반의 아들과 함께 온 50대 주부, 40대 후반의 남성,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여성 등이 캠리 전시 차량을 살펴보고 있었다. 캠리 시승이 가능하냐고 묻자 현장 관계자는 “바로 차량을 대기시키겠다”고 했다. 당일 용산 전시장에는 2층 상담실까지 북적였다.
용산 전시장의 김진영 딜러는 “오픈 이후 하루 100명 이상이 계약을 하고 있다”며 “특히 평일 퇴근시간이나 주말엔 방문객이 상당히 많이 들른다”고 했다. 이어 “지금 계약을 해도 내년 4~5월쯤 차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그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YF소나타 - 선호도·판매실적은 월등한 ‘우위’
캠리 - 파격적 가격…수입차 시장 돌풍 예고
소비자 - 업체들 경쟁으로 차량 선택 폭 ‘활짝’
세계 제1의 자동차기업 토요타가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자 국내 자동차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캠리는 시판한지 약 10여일만에 계약대수가 3700대(11월 9일 기준)에 이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파격적인 가격이 인기에 한 몫 했다. 3490만원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9월 출시된 YF소나타의 경쟁 차종으로 지목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캠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하며 강남 압구정점 등 3개 점포에서 12월 말까지 비교시승행사를 마련했다. 토요타 캠리 시판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꺼내든 카드다. ‘비교해 보고 고르라’는 자신감 있는 현대차의 맞불 작전은 YF쏘나타 vs 캠리 경쟁의 귀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쏘나타 입장에선 캠리와의 비교 자체가 내심 자존심 상하는 눈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캠리는 판매량 자체가 미미하고 YF쏘나타의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판매 실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10월 한 달간 쏘나타는 1만7906대가 팔렸다. 대기 물량은 5만대가 넘는다. 캠리는 10월 30일 기준으로 289대 판매에 그쳤다. 물론 그 10배 이상이 사전 예약돼 차량 인도는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캠리의 인기를 단순히 판매 대수만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동안 수입차 점유율 자체가 미미했던 점을 감안하면 캠리의 인기는 말 그대로 ‘열풍’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캠리 덕에 혼다 등 타 일본차 업체들과, 다른 수입차 브랜드까지 동반 상승세를 타면서 그동안 틈새에 불과했던 수입차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시장 판도가 바뀌는 국면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5~6%에 불과하던 수입차 비중이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기아차까지 포함하면 국내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다. 반면 토요타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국내 점유율이 상위권에 들지 못했던 브랜드다. 그런 토요타가 캠리 열풍으로 단숨에 국내 시장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게 됐다.
다른 국산차 업체들도 잔뜩 긴장한 눈치다. 기아차는 11월 말 선보인 K7은 막판까지 시판가격 결정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11월 초 만난 기아차대리점 한 관계자는 “캠리가 저가 정책으로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칫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쉽사리 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수입차 브랜드들이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서비스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며 이에 대한 불만을 줄여나가자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수리비가 많이 들고, 보험 가입이 수월치 않은 등의 문제가 많다”며 국산차 브랜드 구입을 독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경쟁구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인터넷에 연일 쏟아지는 YF쏘나타와 캠리 뉴스엔 수 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현대차를, 다른 쪽에선 토요타를 응원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차종 선택 폭이 넓어진 점’과 ‘경쟁 심화로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두 경쟁차종을 모두 시승해 본 아이디 '콰***' 네티즌은 “다양한 편의사양이 갖춰진 국산차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기본기 탄탄한 일제 수입차를 선택하느냐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라며 “두 차의 경쟁 결과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했다.
아이디 'k***'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 업체들과 차들의 장단점을 확실히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같다”며 “무조건적인 반일 감정이나 애국심 운운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성훈(32)씨는 “일단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점이 좋다”며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가격 등에서 더 많은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캠리 상륙으로 불거진 현대차와 토요타의 자존심 대결에 소비자와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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