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같이, 함께’ 문화에서 ‘혼자’의 시간을 추구하는 이른바 나홀로족이 느는 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우리 사회의 특징인 집단적인 성향이 사라지고 있다는 공통적인 분석이 있다. 낮은 출산율로 개인주의가 강조되고, 개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기 불황과 맞물려 각자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패턴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노천카페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현지인과 바(bar)나 맥주 집에서 홀로 술을 즐기는 광경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평론가이자 문화사회연구소 기획실장인 권경우 씨는 “친구나 동료 등의 인간관계는 점차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는 경쟁 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인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발달한 요인은?
1인 문화가 발달하는 요인은 네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우선, 급속한 핵가족화로 인해 홀로 있는 것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둘째는 과도한 경쟁에 따른 상호 소통의 부재가 1인 문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세 번째로는 20,30대 젊은 층의 1인 가구 증가도 1인 문화 발달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MP3 등 다양한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개인의 독립적 여가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사회 인간관계나 소통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이 경제적 이유로 인해 점차 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은 같은 동료라기보다는 각자의 현실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친구나 동료 등의 인간관계는 점차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점차 누군가와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인터넷·블로그 등 1인 매체 발달도 한 요인으로 보이는데?
인터넷이 1인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기보다는 1인 문화에 대한 욕망이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 자신만의 미디어를 생산하는 것은 동시에 타자와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결국 블로깅은 또 다른 블로거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소통과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다.
1인 문화가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의 1인 문화는 자유는 보장될지 모르지만, 그다지 풍요롭지는 않은 듯하다. 대부분 자신의 실제적인 삶, 예를 들면 주거문화나 경제적 상황 등을 감추고 포장하면서 살아간다. 1인 문화는 바로 그러한 위장술 을 가능하게 해주는 좋은 조건이 된다. 결론적으로 1인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은 개인의 다양한 취향과 감수성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처럼 집단과 공동체 정신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그러한 1인 문화가 역설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다. 부정적 측면은 1인 문화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토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1인가구가 거주하는 대부분의 고시원과 원룸은 옆집과 거의 교류하거나 소통하지 않는다. 그러한 무관심과 그에 따른 편리함은 결국 사회 전체로도 타자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1인 문화는 결국 타자와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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