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계 ‘미니 마케팅’ 한창…소용량·초간편 제품 인기
가전제품 “더 작게 더 작게”…싱글남성 겨냥한 주방용품도 봇물
[이코노미세계] 나홀로족은 이제 새로운 소비주체로서 시장(market)에서 가장 주목하는 집단이 됐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어 있는데다 자신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고 여기거나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펴낸 <2008 서울의 1인가구 증가와 도시정책 수요 연구>에서는 “싱글족(나홀로족)은 대부분 직장인들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으며 즉흥적인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세일기간이 아니어도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선뜻구매하는 비율이 높으며 이러한 경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혼자서도 럭셔리하고, 당당하게 먹는다 = 1인 가구 중 소비력이 큰 나홀로족이 많이 거주하는 신촌이나 강남에 위치한 외식업계는 이들에 맞춰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 |
이치멘 1인용 테이블 |
이치멘 이명재 매니저는 “1인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콘셉트로 꾸며 작년 4월 오픈 이후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찾고 있다”며 “일반 음식점은 혼자 식사하려면 눈치를 보게 되지만 이곳은 칸막이가 되어 있고 나만의 공간이 확보돼 간섭받는다는 느낌 없이 누구나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웃백은 일부 점포를 바(bar) 형식으로 바꿨다. 아웃백 시청점, 양재점 등에는 혼자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혼자서 와도 스프와 메인 메뉴, 디저트 커피까지 풀코스 정찬을 먹을 수 있다.
테이크아웃은 물론 배달도 가능하다. 특히 지난 8월24일 선보인 아웃백 도시락 메뉴는 싱글 고객 증가에 맞춰 기획돼 호응을 얻고 있다. 메인 메뉴와 볶음밥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하나의 도시락에 담았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방문해 포장해 가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아웃백 마케팅팀 이정일 이사는 “직장인, 싱글족 등 아웃백 메뉴를 밖에서도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어나 아웃백 도시락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신촌역 인근 고기촌 플러스바 는 1인용 테이블 5개가 바(bar)로 설치돼 있어 혼자서도 편하게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직 혼자 오는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저녁에는 혼자 찾는 단골고객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매장 주요 코너에 소포장 식품 등장=이마트는 일부 점포에 시범적으로 싱글존(Zone) 을 열었다가 몇 달 만에 폐쇄했다. 이마트 마장원 주임은 “최근 소용량 상품이 급증하고 이를 찾는 고객들도 많아 특정 존(Zone)을 구분해 판매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990원 소포장 야채부터 다양한 소용량 상품이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형할인점이나 편의점에 가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씩 담은 간편 식품류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마트 용산점 주류코너에는 990원짜리 국순당 명작 복분자·오가자 미니병이 넓은 면적에 진열돼 있다. 하이트 소용량 캔 맥주(250ml)는 이미 나홀로족 여성들에게 히트상품이 됐다. 음주량이 적은 여성들이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소주도 소용량 상품이 등장했다.

PB상품인 즉석국도 1회용(1인분)씩 포장돼 팔린다. 청정원과 해표 등에서 나온 유기농 국수 소면과 당면도 1인분씩 먹을 수 있게 묶여 있고 과일도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1인용 포장 제품이 나와 있다. 깎아서 먹기 좋은 크기로 담은 사과와 포도, 방울토마토 등이 함께 들어있다.
CJ제일제당의 스팸싱글 시리즈는 한 사람이 한 번에 먹기 적당한 양으로 간단한 식사 밑반찬으로 사용하거나 토스트에 넣어 먹기에 좋게 돼 있다. 풀무원 미니밀 용기 수프 도 살짝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계란미역죽, 북어죽, 쇠고기죽으로 구성된 오뚜기의 ‘마이스타일’은 끓는 물을 부어 2분이면 먹을 수 있는 초간편 1인용 식품이다.
양념류도 한 번 사용할 수 있게 낱개 포장돼 있다. 샘표간장의 샘표 양조간장은 6ml 간장을 개별 포장한 제품이다. 다시다 산들애도 1회 분량씩 포장했다.
편의점은 집근처에서 간편하게 먹을거리 등을 구입할 수 있어 나홀로족이 즐겨 찾는다. 돌(Dole) 코리아는 편의점용 돌(Dole) 굿모닝 바나나 1핑거 와 돌(Dole)의 프리미엄 바나나인 스위티오(Sweetio) 바나나 를 한 개씩 개별 포장해 판매한다. 도시락이나 과일, 프리미엄 생수 등 나홀로족 메뉴 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과자류도 소포장 종류가 점점 늘고 있다. 해태제과의 오예스, 아이비 등 제과류도 낱개로 한 개씩 구입할 수 있다.
김치도 소포장 상품이 인기다. 한성식품의 ‘한성 맛김치’는 1인분씩 포장돼 싱글족에게 안성맞춤이다. 종가집 볶음김치(100g), 여성용 김치인 ‘미인의 선택’(200g), 동원F&B의 ‘양반 미니독’도 인기가 좋다. CJ제일제당은 제품 단위구매가 낮은 싱글족의 특성을 고려해 햇반 소용량 제품을 내놨다. 기존 둥근 햇반(210g)이 한 번에 먹기에 많다는 의견이 있어 ‘작은 햇반’과 ‘작은 두 공기 햇반’을 선보였다.
물 제품도 소용량, 고급 디자인으로 나홀로족 여성들을 공략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깔루아는 커피를 기본으로 한 350ml 소용량 리큐르(혼성주)를 편의점과 할인마트에서 선보여 젊은 여성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파나블루는 해양심층수 ‘슈어(SURE)’를 여성들을 공략한 디자인과 용량으로 제작했다. 3개월 동안 20~30대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물병을 쥐어보게 한 후 최상의 그립감(손을 쥐는 느낌)을 주는 물결무늬를 디자인에 적용했다.
◆소형가전 인기, 싱글족 가사지원 사업 호황=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쓰기 좋은 소형 전자제품, 공간 효율을 높이는 복합 상품 시장이 새로 형성되고 있다. 1∼3kg 내외 미니 세탁기, 1∼2인용 전기밥솥, 90L짜리 소형 냉장고, 핸디형 청소기 등이 대표적이다. 실용적이면서도 디자인이 단순하고 예쁘다. 색상이 톡톡 튀어 신세대 트렌드에 맞는 제품도 많다. 1개에 전자레인지와 오븐 기능을 담은 상품이나 남성을 위해 사용이 간편한 요리기구 등도 인기다.
롯데홈쇼핑은 올 상반기 주방용품 구매 30~40대 남성고객 비율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꼭 필요한 기능만 살린 요리 도우미 상품으로 남성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 식품 주방팀 장대훈 CMD(수석상품기획자)는 “최근 초식남, 토이남 트렌드까지 가세해 남성들의 주방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초보자도 사용하기 쉽고 세척, 보관이 용이한 제품이 특히 인기”라고 했다.
가구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다기능가구, 소파와 침대를 겸해서 쓸 수 있는 소파침대,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책상과 식탁을 함께 쓸 수 있는 가구 등 공간을 줄이고 실속을 높이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싱글족의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 가구들의 매출이 늘고 있다. 또 싱글족 가사 지원 서비스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건조기까지 갖춘 셀프 빨래방은 기다리는 시간에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청소대행업체, 이사나 각종 행정업무, 장보기 등을 돕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 “혼자서도 잘 놀아요”= MP3와 디카는 나홀로족의 필수품이다. 최신곡을 듣고 셀카놀이를 한다. 이젠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TV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전자제품의 변화에 민감하고 여기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얼리 어답터’들이다. 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해 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나홀로족을 겨냥한 뷰티숍, 피트니스 클럽, 자전거 동호회, 꽃꽂이 강습, 애완동물 산업 등도 성황이다. 특히 애완동물 산업은 연간 250만 마리에 1조2000억원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쇼핑몰에는 싱글족이 편하게 애완동물 먹이를 줄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시간을 맞춰 놓으면 음식이 자동으로 나온다.
20~30대 여성의 해외 로밍 사용도 급증했다. SK텔레콤 로밍사업팀 백송심 매니저는 “여행을 떠나는 싱글여성 사이에서 로밍 서비스가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20~30대 여성의 로밍 이용률이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을 타겟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관련기사]
◆ '럭셔리한 솔로들' 소비시장 흔든다
◆ 분양시장도 '싱글 모시기'…소형아파트 열풍
◆ “경쟁·실용적 인간관계가 1인문화 양산”
◆ 공연문화시장 나홀로족은 '귀하신 몸'
◆ “1인가구 관련산업 급부상 할 것”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