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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분양시장도 '싱글 모시기'…소형아파트 열풍

입력 : 2009-09-17 11:29:17 수정 : 2009-09-17 11: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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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자재·와인바 등 차별화 전략 펼쳐

한남더힐 소형 임대주택 내부모습

1인가구 30년간 11배 늘어…독신가구용 디자인 공모전도

[이코노미세계] 내년 봄 결혼을 앞둔 박수진(29세·서울 서대문구)씨는 올해 8월 서울 은평 뉴타운 2지구 청약접수를 마쳤다. 전용면적 59㎡(18평형)인 아파트를 청약한 박씨는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를 보면 소형 평형대라고 해도 방이 3개는 된다”며 “발코니도 확장해 공급하기 때문에 신혼부부를 위해선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전용면적 60㎡인 소형 아파트로만 이뤄진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 거실과 부엌, 식당 벽을 튼 설계로 개방감을 강조해 실제 면적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모델 하우스 관계자는 “소형이지만 과거와 달리 공간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 기존 중형 아파트 수요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가구구성 자체가 고령화, 핵가족화로 인해 소형화돼 갈 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로 소형 주택이 사라짐에 따라 그 수요가 대부분 소형 아파트로 유입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 은평 뉴타운 2지구의 59㎡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3대 1로 모두 1순위에 마감됐다. 이는 전용면적 84㎡(25평형)의 경쟁률인 13대 1보다 높은 수치다. 또 대형 평형 167㎡(50평형)의 청약이 3순위에 가서야 마감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5월말 실시된 주택공사 청라지구 분양에서도 소형 아파트 경쟁률은 중형 아파트보다 2배가량 높았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분양한 효창파크 푸르지오의 경우도 중소형 아파트 경쟁률이 중대형 보다 무려 3배가 넘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의 인기를 1인 가구 증가에서 찾는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사하는 인구주택 총 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0년 102만1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05년 317만1000가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가구 수는 1135만5000명에서 1588만7000명으로 증가한 것에 그쳐 상대적으로 1인가구의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또 지난 30년 동안 전체 가구 수는 2배 증가한 반면 1인 가구는 11배나 증가해 소형아파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소형 아파트는 이제 늘어난 수요만큼 고급화 전략을 통해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건설 중인 임대주택 한남 더 힐 이 그 대표적인 예로, 전용면적 59㎡의 소형 임대 주택인 이곳은 임대 보증금만 5억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아파트다.

하지만 불황기임에도 8월17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청약결과 724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54.4대 1에 달했다. 이는 올해 초 같은 단지 내 중대형 임대아파트를 분양할 때의 최고 경쟁률(51대 1)을 초과한 수준으로 화제가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 소장은 “라이프사이클이 바뀜에 따라 독신가구나 맞벌이 부부, 즉 1~2인 가구가 증가한 현실에서 고기능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과거 소형 아파트에서는 쉽게 버리는 공간들을 살려 와인바를 만들거나 욕실을 넓게 만든 것은 고기능성에 고급화 전략을 잘 접목 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남 더 힐 은 다른 소형아파트의 내부 구조와 달리 방이 하나만 있는 반면 욕실은 2개를 만들고, 줄어든 방의 면적만큼 거실 면적을 넓힌 것을 특징으로 한다.

소형아파트의 인기를 체감한 대우건설 측은 지난 달 소형아파트 관련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대우건설 홍보팀 이덕규 대리는 “독신가구 등을 위한 맞춤형 소형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이 같은 공모전을 열었다”며 “요즘 대학생들이 미래 1인 가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1인가구와 관련한 정부의 최근 정책 동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도심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에 상당부분 담겨있다. 

외곽지역 신규개발에 의한 주택공급 보다는 기성 시가지와 역세권의 주택공급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도심지향성이 강한 1인 가구 증가추세와 부합한다는 평가다. 

특히 기숙사형, 소형원룸, 오피스텔 등 1~2인 가구의 주택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대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들에 비해 한 걸음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제도 변화에 힘입어 최근 한원건설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도심형 생활주택, 즉 공급면적이 25㎡가량인 아파트를 건설 중으로 초소형 도심형 주택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1인 가구를 지난해 12월부터 주택보급률 산정 시 포함하도록 했다. 

국토부 측은 “그 동안 주택보급률을 산정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를 가구수에 포함시키지 않아 사회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관계 부처의 심의를 거쳐 1인 가구를 주택보급률 산정시 포함해 보다 현실적인 주택정책을 수립할 수 있길 기대한다 고 밝혔다.

건설산업연구원 김 소장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형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식을 것 같지 않다”면서 “본래 경기 불황기에서 차츰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소형 아파트가 잘 팔리기 시작하는 것을 언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ydbah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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