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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한파'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샐러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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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따른 스트레스로 돌연사 잇따라
'살아남은 사람들'도 격무로 건강 적신호
#1 지난 2일 새벽 1시쯤 미국 수입차 판매점 영업팀장인 A모(42)씨가 집에서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 10개월 전 국산차 회사에서 직장을 옮긴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발 경제위기로 판매점의 영업실적이 30% 이상 떨어지자 심적 부담감에 초조해 했다고 한다.
#2 지난달 29일에는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대외업무를 담당하던 B모(45) 정책팀장이 집에서 잠자다가 갑자기 구토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B팀장은 부인과 두 아들을 외국에 보내고 부친과 단둘이 지내며 ‘워커홀릭(일 중독자)’으로 불릴 만큼 일에 정력적으로 매진했던 터라 회사 동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회사 동료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화를 부른 것 아니겠느냐”며 애석해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된 불황의 깊은 골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들이 신음하면서 직장인들은 구조조정과 감원·감봉 등 고용 불안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살아 남은 직장인’들도 과중한 업무와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고 쓰러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4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08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뇌혈관 및 심장, 정신질환으로 각각 998명, 209명, 24명이 산재 판정을 받았다. 세 질환은 직무 스트레스가 발병 및 증세 악화의 요인으로 인정된다. 해당 질환으로 직장인이 사망한 사례도 각각 316명, 166명, 5명 등 모두 487명에 이른다.

직무 스트레스란 직무의 요구가 근로자의 능력과 자원을 넘어 과도할 때 일어나는 신체·감정적 반응을 말한다.

반월시화지역 산업보건센터의 김대성 소장은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심화되는 직무 스트레스는 기초 질환의 악화는 물론 돌연사를 초래할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악화로 실적이 안 좋은 회사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실직한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1월에만 262개 업체가 부도가 났다.

실제로 지난 6일 광주 북구의 모 아파트에서 C모(28)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C씨가 다니던 조선회사는 경영 악화로 5일 폐업했다. 이날 오후 그는 친형을 만나 “신혼인데 실직을 당해 너무 막막하다. 내일쯤 실업급여를 신청해야겠다”며 진로를 상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불황기 직장인들의 직무 스트레스 변화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시급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조정진 학회장(한림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일본의 경우 불황이 정점에 달했던 1998년부터 자살자가 5년 연속 3만명을 넘어 사회문제가 됐다”며 “국내도 실태조사가 시급하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연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이광제 교수는 “미국에서는 상장사 절반가량이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을 전문 상담사와 연결해 치료까지 지원하는 멘탈 피트니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사업주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나 피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질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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