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수출 중소기업 등에 100% 보증키로 한 것은 새해 들어 심화되는 경기 하강을 막으려는 초강경 대책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로 신용경색으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막대한 돈을 풀었다. 하지만 은행은 자체 건전성을 이유로 오히려 중소기업 대출금 회수에 나섰고 중소기업들은 흑자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한은이 푼 돈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었다. 시중 부동자금이 500조원을 돌파하고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116조원을 넘어섰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 조치는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을 기업으로 유입, 경기 침체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가 은행 대출금을 보증해 줄 테니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 주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와중에 불거졌던 ‘누가 기업의 부실을 책임지겠는가’라는 물음에 정부가 화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치에서 제시된 ‘만기도래 보증 전액 연장’ ‘일부 분야 보증비율 100% 적용’ 등은 그 내용면에서 획기적이다. 전액 완전 보증을 해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상도 수출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보증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보증 담당자에게 면책권을 줬고, 은행이 보증서 대출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사례가 적발되면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방침까지 세워 놓았다.
하지만 정부 조치가 과감하고 획기적인 만큼 그에 따른 부담도 없지 않다. 은행을 대신해 보증기관이 기업 부실을 떠안아야 하고, 이는 정부 부담으로 남아 결국 국민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경기 악화로 보증 부실률이 1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생기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해 정부는 신용불량 기업 등 한계기업을 보증대상에서 제외하고 워크아웃 기업에는 강도 높은 경영개선 노력을 전제로 지원키로 했다.
임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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