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채권발행’ 카드를 들고 나왔다. 너도 나도 채권발행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에는 은행채의 금리가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턱없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대해 “은행이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이 과도한 펀드판매에 나서면서 스스로 양질의 자금을 주식과 펀드시장에 내몰면서 원화 자금시장의 경색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은행들이 겪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악화된다”며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주하는 금융채 발행=증권선물거래소는 9일 발표한 ‘9월 채권시장동향’에서 지난달 금융채의 발행물량이 11조72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2400억원(56.7%)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달 국채와 통화안정채권은 각각 900억원, 5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회사채 발행량은 6200억원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1∼9월 전체 금융채 물량은 87조5400억원으로, 회사채 22조3700억원의 4배에 육박했다.
금융채 연간 발행물량은 2004년 73조9300억원, 2005년 84조1300억원, 2006년 99조6500억원, 2007년 112조100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시중자금이 은행예금에서 주식과 펀드시장으로 대거 이동하자 은행들이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채권발행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증권업계의 한 인사는 “은행권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예금고객에게 펀드 판매를 권유하면서 스스로 유동성 부족을 야기하는 화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펀드 판매에 매달리는 사이 양질의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갔고 부족자금을 메우기 위해 조달비용이 높은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는 것. 이 때문에 은행의 수익은 줄어들고 자산 건전성도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의 부도위험이 기업보다 더 높다?”=은행채 발행이 폭주하면서 급기야 은행채의 금리가 회사채를 크게 웃돌고 있다.
3년짜리 은행채 금리(AA-기준)는 9월 말 현재 연7.98%. 전월 말보다 0.44%포인트나 급등한 수준이다. 이는 3년 회사채금리(AA-) 7.76%보다 0.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채권시장에서 은행의 부도위험이 회사채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다.
박상준 증권거래소 채권시장운용팀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이후 시중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며 “특히 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되면서 국고채에 비해 은행채의 매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금리인 5년 만기 국고채의 금리는 9월 말 5.75%로 전월대비 0.11%포인트나 하락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과도한 펀드판매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기업과 가계대출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원화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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