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합리한 지원 폐해 없앤다=정부는 그동안 정책이 중소기업은 보호 위주, 대기업은 규제 위주로 흐르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정한 요건에 의해 중소기업 분류에서 제외되면 각종 지원이 끊기게 돼 중견기업급인 기업들도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분사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는 모럴해저드가 지속되어 왔다. 예컨대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는 국내 자회사 11개와 외국에 법인 5개를 거느리며 941명의 정규직원이 있지만 자본금이 78억원으로 중소기업 기준(자본금 80억원 이하)을 충족해 중소기업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상시 근로자 300명을 넘기지 않으려고 공정을 아웃소싱하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았다. 자본금 5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들도 정책의 맹점을 악용해 중소기업으로 판정받아 지원을 받는 불합리한 경영관행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폐해 탓에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이 중간규모 및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수는 매년 감소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건전한 기업 생태계 만든다=현재 정부가 생각하는 중소기업 졸업 기준은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총액 5000억원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적용할 때 2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중견기업이 많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지는 세수 확대 및 조세 지출 감소에 따른 혜택이 중소기업에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창업초기 기업에 대해 자본금을 증자할 때 등록세를 면제해 주고 중소기업 R&D설계, 사업화단계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진한다.
정부는 동시에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세제 등 맞춤형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편입될 때 가중되는 부담을 줄여줘 편법적 지원에 목을 매는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이번 중소기업 범위 개편으로 그동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곧바로 이어지던 국내 기업 생태계에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다수 생겨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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