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 업체와 다단계 업체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 업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방판 업체로 신고한 뒤 다단계 영업을 해온 불법 피라미드 조직이 다단계 시장을 흐려 놓고 있는 만큼 방판법을 개정해 폐해를 줄여야 합니다”
방판법 악용한 업체도 문제지만 정부 늦장 대처 화 키워
직접판매공제조합 행정지원실 강대환 실장은 미꾸라지 몇 마리가 강물을 흐려 놓듯이 일부 불법 피라미드 업체가 다단계 시장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제이유 사건 때도 방판 업체로 신고한 제이유백화점 등 계열사들이 불법 피라미드 영업을 해온 것이 문제였지, 다단계로 등록한 제이유 네트워크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허술한 방판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피라미드 업체들이 해당 관청에 신고만 하면 아무 제약 없이 영업할 수 있는 방판법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당 제한이 없는 방판 업체로 신고해 놓고 250%가 넘는 후원수당을 주겠다고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100원 내면 250원을 준다는데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러니 피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불법 피라미드 사건은 교묘하게 법 테두리를 벗어나 불법을 저지른 업체도 나쁘지만, 늦장 대처한 정부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 실장은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를 강력히 규제할 내용이 이번 방판법 개정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늬만 방판'인 다단계 업체를 밝혀내 시정명령 조치를 하는 등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 업체의 선을 명확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판 업체냐 다단계 업체냐'는 구분은 중요치 않다는 말이다.
그는 2007년 8월 공정위 조사에서 판매원이 5~7단계로 밝혀졌음에도 산업 특성상 신방판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화장품 업계에도 한마디 했다. "우리만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하는데 억울합니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다단계 영업을 했으면서 자기네는 다단계 아니라니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습니까. 또 국회의원을 동원해 자기네 입맛에 맞춰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또 일부 방판 업체가 다단계 업체로 등록할 때 발생하는 자본금 5억원과 공제조합 가입비 등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본사만 등록하면 전국 지사의 영업에 지장이 없는 데다 가입비도 연 매출액의 10%여서 비용이 부담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단계 업체에서 근무하다 공제조합 도움으로 피해보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조합과 인연을 맺은 강 실장은 소비자 피해 최소화와 다단계 시장 합법화를 사명처럼 여기고 있다.
그는 "판매자가 곧 소비자인 다단계 업체의 특성상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리기도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조합에서 일하다 보니 사연 없는 사람이 없지만 그들이 보상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영옥 기자 t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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