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병원 팀블로그 개설 의사와 환자 소통

관련이슈 인물 블로고스피어

입력 : 2008-06-11 11:21:40 수정 : 2008-06-11 11:21: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물 블로고스피어] 김안과병원 원장 김성주 동양 최대의 안과 전문병원인 김안과병원은 1962년 문을 열었다. 40년이 훌쩍 넘는 역사에서 자칫 ‘오래된 병원’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병원 의사들이 운영하는 ‘옆집 아이’(blog.kimeye.co.kr)란 팀블로그를 접하면 생각이 확 바뀔 것이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옆집 아이’는 3개월 만에 16만명 이상의 네티즌을 불러들이며 김안과병원의 이미지를 ‘젊은 병원’으로 확실히 바꿔놓았다. 올해 2월20일 블로그에 올라온 ‘축구 영웅 곽태휘 선수 한쪽 눈이 실명이라니…’라는 글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첫 화면 뉴스에 뽑히면서 댓글이 쇄도하는 등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같은 달 28일 게시된 ‘라식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이것만은 꼭…’ 제하의 글 역시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옆집 아이’ 운영을 책임지는 김안과병원 김성주(46) 원장을 지난달 1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의학정보 블로그 ‘옆집eye’를 운영하는 김안과병원 김성주 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안과병원이 나이 드신 분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데 젊은 층은 잘 모른다. 20∼30대를 상대로 병원의 인지도를 높일 방안을 찾다가 블로그를 떠올렸다. 다른 병원에도 블로그는 많지만 의사가 직접 쓰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러지 말고 의사가 직접 써서 올바른 지식을 알려주고 홍보도 하면 ‘1석2조’가 아닐까 싶었다.”

―현재 블로그에 참여하는 사람 수는.

“의사는 각 분야별로 1명씩 해서 총 6명이다. 의사가 아닌 일반 직원까지 포함하면 10명이 넘는다.”

―블로그 운영진에게 별도의 보상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이건 순전히 자원봉사 차원이다. 병원에서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는 물질적 지원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없어진다고 본다.”

환자 치료하기에도 바쁜 의사들에게 블로그는 분명 ‘가욋일’이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고 해서 주어지는 이렇다 할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독한 ‘시어머니’ 노릇과 일부 의사들의 자발적 참여에 힘입어 ‘옆집 아이’는 제법 풍성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됐다. 김 원장은 매주 한 차례씩 갖는 블로그 운영진 미팅을 비결로 제시한다.

―미팅 때 주로 무엇을 하나.

“어떤 글이 반응이 좋았다, 이런 글을 좀 썼으면 좋겠다 등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가끔 기획도 한다. 시의적으로 어떤 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우주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우주에 가면 눈이 어떻게 되나’를 주제로 글을 써보는 것 등이 그런 기획에 해당한다. 또 1주일 동안의 활동을 놓고 누가 글을 몇 편 올렸는지 등에 관한 통계를 낸다. 많이 쓴 사람은 격려하고 안 쓴 이들에겐 ‘협박’을 가한다.”(웃음)

―스스로 블로그 공부를 얼마나 하나.

“지금도 매일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자문을 구한다. 강도와 수위의 조절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 나는 솔직한 편이라 글도 가급적 솔직하게 쓰는데 가끔 네티즌들의 문제 제기를 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의사에게 잘 보이기’라는 글을 썼다. 댓글이 140개 달렸는데 “그러고도 당신이 의사냐”부터 “환자가 왜 의사에게 잘 보여야 하느냐”까지 온갖 내용이 있었다. 그런 것 보면서 재미도 있지만 이게 다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연히 블로그에도 라식 관련 질문이 쏟아진다. 마침 블로그 운영진 중에도 라식수술 전담 의사가 있다. 그런데 의사와 일반인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환자들과의 소통은 원활한가.

“재미있는 것은 블로그에서 라식을 담당하는 의사가 안경을 쓴다. 그가 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독자들이 ‘그런데 당신은 왜 안 하느냐’, ‘당신은 안경 쓰면서 남들에게만 라식 이야기를 해도 되느냐’고 따진다. 사실 블로그의 의사 소개 코너에 있는 안경 쓴 사진을 다른 것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라식이 반드시 해야 하는 수술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있는 그대로 가자, 숨기거나 가식적으로 굴지 말자는 게 내 고집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거꾸로 환자들에게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에 있는 김안과병원의 전경.
김안과병원 제공

―블로그 운영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병원에 대한 불편함이 어떤 것들인지 배운다. 이게 쌍방향 네트워크의 장점인 것 같다. 사실 환자는 의사 앞에서 불평을 잘 못한다, 행여 치료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블로그에서 많이 알았다. 일반인들은 의사가 ‘갑’이고 환자가 ‘을’이라고 보더라. 우리는 그와 반대로 환자가 ‘갑’이라고 생각하는데. 익명이 나쁜 점도 있지만 익명이기에 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블로그 이전에 환자와의 소통을 위한 다른 시도는 없었나.

“고객 불만 접수센터가 있었다. 의사 대신 경험 많은 직원 1명이 그 관리를 전담했다. 하지만 블로그는 의사 자신이 직접 쓴 글에 댓글이 붙는다. 사람들이 느끼기에 강도가 훨씬 큰 게 당연하다.”

―방문자 연령은 어떤가. 젊은 층이 대부분인가.

“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 얼마 전 ‘60세인데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녹내장 진료를 받았는데 치료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더라. 아무래도 외국에 사시는 분들이 의료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의외로 굉장히 점잖은 분들도 들어와서 댓글을 남기고 간다.”

김 원장은 2006년부터 김안과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원장이란 직책 덕분에 동료들보다 진료 부담이 적은 그는 대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온종일 블로그 관리에 매달린다. 의사와 환자 간의 진솔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아이템 정할 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나.

“의사로서의 평범한 이야기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에 우리가 어떤 병원으로 갈 것인가를 알리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또 안과 영역의 전문적인 것들을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무리 쉽게 이야기해도 의사의 말은 어렵다. 나는 중학교 수준 정도로 낮춰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점은 없나.

“관리에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블로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블로그 운영 방향은.

“환자들이 우리 블로그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의사들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알리고 싶다. 솔직한 대화로 서로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간다면 끝까지 상업적 냄새가 풍기지 않는 순수한 블로그로 남을 것이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1962년 2월8일 대전 출생

●1987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94년 연세대 안과 전문의

●2002년 연세대 안과 조교수

●2004년 인하대 의학박사 취득, 김안과병원 입사

●2006년∼현재 김안과병원 원장

●가족 : 아내와 두 아들

■김성주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자주, 꾸준히 하는 포스팅

2. 댓글에 신속히 답글 달기

3. 전문 블로그에 걸맞은 진정성 확보

4. 검색에서 상위에 랭크될 수 있도록 검색 논리에 맞춰 기본을 갖춰라. 아무리 좋은 글을 작성해도 검색되지 못하면 독자도 없다.

5.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라. 텍스트만 빽빽하면 읽기 전에 질려버릴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