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세계일보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연중기획 ‘소프트웨어가 국력’을 통해 한국 SW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 보고, 16개 기업의 SW 전략 강화 사례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점검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16개 기업에서 발견한 SW 산업의 성공 키워드를 제시하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짚어 봤다.
세계일보가 ‘소프트웨어가 국력’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기업들은 게임 분야의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시스템 통합(SI·System Integration)·사용자환경(UI) 및 운영체제(OS) 분야의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S ▲SK C&C ▲LG CNS ▲위니텍, 기업 솔루션 분야의 ▲안랩 ▲마이다스아이티 ▲웨어밸리, 패키지 분야의 ▲한글과 컴퓨터, 통신 및 포털 분야의 ▲SK플래닛 ▲KT ▲NHN이다.
국내 SW 산업을 선도하는 이들 기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성공의 키워드는 ▲인재경영 ▲시장선도 ▲글로벌화 ▲차별화 ▲기술력이다.
◆‘시장선도’ : 시장을 창조하라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세계 게임 업계의 틀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게임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 첫 1조원을 달성한 넥슨은 1996년 그래픽 기반의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며 온라인 게임 시장을 열었고, 엔씨소프트는 MMORPG ‘리니지’로 온라인 게임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게임을 무료로 개방한 후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부분 유료화’ 시스템은 넥슨이 도입한 이후 현재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채용하는 대표적인 수익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의 폭력성과 과몰입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게임기업들은 2010년 16억61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SW 산업을 이끌고 있다.
◆차별화 : 남들과 다르게 일하라
네오위즈는 게임 개발이 아닌 유통을 통해 성공을 일궜다.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원석’의 개념인 게임 중 ‘보석’을 발굴해 내는 네오위즈의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시장을 강타한 1인칭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유통권을 둘러싸고 개발사와 분쟁이 있기는 하지만 유통사업으로 성공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네오위즈의 사례는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3·4인치대의 스마트폰이 대세인 상황에서 5.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미세한 입력을 감지하는 ‘스타일러스 펜’을 장착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를 출시한 것도 역발상을 통해 성공을 거둔 경우다.
◆기술력 : 기본은 어디에서나 통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SW 산업 분야에서도 기술력은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OS 바다는 현재 모바일 OS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보다도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에 비할 수는 없지만 한국 기업이 OS로 모바일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는 점은 한국 IT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LG전자는 다른 기업들이 해외의 기술을 도입한 것과 달리 스마트폰에 독자적인 음성인식 SW를 탑재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술도입은 25년에 걸친 언어처리 연구의 결과다.
포스코그룹을 모태로 출발한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분야 SW 대표기업으로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기술분야 SW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마이다스아이티는 구조해석 SW인 ‘마이다스’를 88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국내 시장의 90%를 석권했다.
솔루션 개발 기업인 웨어밸리 역시 기술력을 기반으로 IBM, 오라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혈투를 벌이는 일본 데이터베이스 보안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기술은 어디서나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글로벌화’ : 시장을 넓혀라
SW 산업에는 국경이 없다. 잘 만든 SW는 어느 시장에나 적용될 수 있고 무한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삼성SDS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베이징 시내에 지하철 자동요금징수시스템(AFC)을 구축하는 등 AFC로 2억달러의 누적 매출을 거뒀다.
SK C&C는 카자흐스탄 우편물류 현대화 사업, 몽골 교통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고 LG CNS는 3000억원짜리 콜롬비아 교통 인프라 수주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대구의 정보기술 기업인 위니텍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고 1000만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사업에서 긴급대응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랩과 한글과컴퓨터, SK플래닛과 KT도 해외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인재경영’ :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SW 산업은 하드웨어 산업과는 달리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누가 좋은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의 직원 중 SW 개발자의 비중은 70%에 달한다. LG전자는 올해 SW 역량 강화를 위해 신시장 창출과 우수 인재 조기 발굴에 2조6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NHN의 인재 육성 사례는 업계가 주목할 만한 사례다. 내년에 개교하는 NHN의 SW 인재 사관학교인 ‘NEXT 학교’는 첫해 입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에는 제약 없이 어떤 회사에도 취직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SW 산업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밑밥’을 뿌리겠다는 각오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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