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日 과거사 은폐 안돼” “역사논쟁 해결 힘들 것”

입력 : 2013-07-05 17:59:37 수정 : 2013-07-05 17:59: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어령 前장관·다치바나 교수 도쿄국제도서전서 대담 한국과 일본의 두 석학이 도쿄에서 만나 불꽃튀는 지적 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4일 도쿄시내 국제전시장에서 개막된 ‘2013도쿄국제도서전’에서다.

이어령(79) 전 문화부 장관과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73) 도쿄대 교수는 ‘디지털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지식의 향연을 펼쳐보였다. 무엇보다도 두 석학은 역사 문제에서 날카로운 시각을 보였다. 이 전 장관은 “글을 깨우칠 당시 어린 시절 처음 만난 책은 일본말로 된 교과서였다. 모국어를 쓰지 못한 데다 모국어를 쓰면 벌을 받는 슬픈 시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일본말로 배우든 한국말로 배우든 지식의 확충을 경험했다”고 회고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왼쪽)과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교수가 4일 도쿄국제도서전에서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 전 장관은 “독일은 과거 극복에 성공했다. 독일의 젊은 사람들은 과거 선조들이 어떻게 집단 학살을 했는지를 알고 눈물을 흘렸으며 이런 힘이 오늘의 유럽연합이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일본 쓰나미가 왔을 때 한국인들이 저금 통장을 털어 성금을 낸 것은 아시아적 집단 문화를 공유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을 통해 과거 역사를 가르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역사 인식을 압박했다.

이에 다치바나 교수는 “이어령 선생의 육성을 통해 모국어를 못 쓰는 시대에 살았다는 말을 진실로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본인은 명치시대까지의 역사에 대해선 교육을 잘 받았으며, 일본 학교들은 오랜 고대 역사를 아주 잘 가르쳤다. 그러나 현대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 아마도 대학 입학 시험 문제에 잘 나오지 않아 현대 역사를 가르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반론을 펼쳤다.

그는 “일본은 근본적으로 한·중·일 3국이 논쟁이 일으킬 만한 역사는 교육하지 않는다”면서 “과거 역사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얼마나 느끼게 될까. 아마 해결이 안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역사 문제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우회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은폐를 지적했으나 다치바나 교수는 시종 즉답을 피하는 인상을 보였다.

이 전 장관은 향후 전자책의 전망과 관련, “지금 전자책은 단순히 종이책을 옮겨놓은 검색기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인터페이스 즉 매개체 없이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진짜 전자책”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디지로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하나로 연결하는 개념인데, 잡스는 매개체 즉 키보드 없이 터치 하나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개발해 디지로그의 실현을 앞당겼다”고 풀이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는 전자책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하나로 연결하는 어머니 같은 생명의 책을 만드는 것이 살길”이라면서 “미래의 책이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미래에 어떻게 책을 만드느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치바나 교수는 “공부하던 시절 2400자의 글을 쓰기 위해 산더미 같은 책을 읽고 연구했다”면서 책읽기를 강조했다. 그는 ‘도쿄대 학생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의 석학이다. 다치바나는 “한국은 어느 순간엔가 한자를 쓰지 않고 있는데, 이는 갖고 있던 문화 자산을 잃어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하면서 “한자문화권인 한·중·일 3국이 문화 공유를 위해 800자 정도의 공통 한자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 다치바나 교수는 도쿄대도서관이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아 300만권의 보유 장서를 단 몇 분 만에 열람할 수 있는 고속 시스템을 설치 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도쿄국제도서전은 42개국에서 참여해 지난 3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한국 측에서는 27개 출판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했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11시 한국관에서 열린 주빈국 개막식에 일본 국민을 대표해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와 가코 왕자비가 참여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바라는 일본 측의 염원을 드러냈다. 최선호 도쿄도서전 한국집행위원장은 “아키시노노미야 왕자가 한·일 교류 역사에 관심을 보여 새로운 한·일 관계가 기대된다”며 희망을 피력했다.

도쿄=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