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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는가…가장 '이기적인 독서'를 위해

입력 : 2013-04-05 21:20:56 수정 : 2013-04-05 21: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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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단치는 시·소설·에세이 등 각 부문에서 프랑스 국내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뛰어난 작가이며, 이름난 애서가이자 독서광이다. 그의 깊은 사색과 빛나는 지혜가 담긴 이 유쾌하고 진지한 독서론을 읽어가다 보면, 가끔씩 무릎을 치며 경탄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열성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고도의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던지는 지적인 줄다리기에 이리저리 이끌리다 보면 팽팽한 긴장감은 짜릿한 쾌감으로 변해 어느덧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이 책의 독자들이 책과 독서를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가치 있게 느낄 것이란 사실이다. 저자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는 “독서는 그 어느 것에도 봉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가 위대한 것이다”라고 답한다.

 저자는 책과 독자에게 씌워진 환상을 철저히 걷어낸다. 독자들의 지적 허영심이나 책으로부터 위안을 받으려는 나약함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다. 책은 위대한 것이고, 그 책을 읽는 더 위대한 독자들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저자가 독자의 환상을 깨는 방식은 때로는 독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책은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저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책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책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독서는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우리를 낙담케 한다. 그러나 절망이 슬픈 것은 아니다.”

 샤를 단치는 그 누구보다 책과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 작가다. 그의 엄격함과 신랄함은 거기서 나온다. 책과 독자에 대한 그의 사랑과 기대가 넘치다 보니 때로는 거장이라는 작가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안일한 독자들에겐 당장 깨어나라고 흔들어댄다. 심지어 “오만한 작가들의 사기 행각을 조심하라”고 직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박물관에 버금가는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직접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마네의 그림이나 모나리자를 감상했어도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감흥을 한 권의 미술 비평서를 읽으며 느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명화에 대한 관심과 안목을 높여주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독서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한다.

 저자는 뒤라스의 작품을 “‘나 걸작이요!’라고 공공연히 으스대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은 “책이 아니라 작가의 거울”이라고 한다.

 현재 읽히지 않는 걸작은 얼마든지 있다. 그 책들은 미래에는 소멸해 버릴 것이다. 영원한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위대한 독자다. 그들이 많든 적든 간에 현재 읽히지 않는 불멸의 고전은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까. 저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작가와 독자가 한편이 되어 죽음과 결투를 벌이는 것이다. 문학, 즉 예술의 적은 바로 죽음(소멸)이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죽음에 저항한 것 역시 바로 문학이고 예술이다.

 “멸망한 제국의 이름은 몰라도, 천 년 전 시인들의 작품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죽음은 망각이며, 특히 단순화이다. 반면 독서는 죽음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거부하며 인생의 아름다운 복잡성을 회복시킨다. 무덤을 꺾을 유일한 경쟁상대는 결국 도서관인 셈이다.”

 “독서는 아주 짧은 한순간이지만 죽음을 이긴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 즉 책은 그보다 좀 더 오래 죽음을 이긴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인생을 산다. 하지만, 위대한 독자들에 의해 위대한 걸작들은 불멸의 생명력을 이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들에 의해 불멸의 걸작들은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할 것이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에게 독서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죽음에 맞서 벌이는 투쟁이자 불멸을 지향하는 행위이다.

 “걸작은 민주적이지 않다.” 최근 샤를 단치가 신간을 출간하며 한 말이다. 위대한 작품은 다수결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책과 독자의 힘은 숫자가 아니다. 소수의 위대한 책과 위대한 독자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책에 대한 종말론이 확산되는 음험한 시대에 책과 독서의 가치를 옹호하며 분투하는 ‘위대한 독자’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辭)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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