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근 풍속화 50점 등 첫 공개
신윤복 ‘건곤일회첩’ 춘화 백미 남녀 애정 행각을 적나라하게 담은 춘화(春畵)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고 알려진 혜원 신윤복(1758∼?). 도덕적 패륜아라는 낙인 때문인지 그의 생애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도화서 화원으로 벼슬이 첨절제사(종3품 무관)까지 이르렀다고 전할 뿐이다.
단원 김홍도가 서민생활의 단면을 소박하고 유머 넘치게 그린 데 비해 혜원은 한량과 기녀를 중심으로 남녀 간 춘의(春意)를 주로 담았다. 혜원의 속화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그 주제가 여속(女俗)이며 여인의 몸매에는 교태가 넘치고 배경에는 소나무 괴석 잔디 등이 있으며, 담묵(淡墨·엷은 먹)과 담채(淡彩·엷은 채색)를 사용해 산뜻한 분위기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혜원 신윤복의 독특한 화풍이 생생히 담겨 있는 ‘후원탄금도’. |
‘후원탄금도’를 비롯한 춘화와 조선후기 회화를 볼 수 있는 전시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가 15일부터 2월24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갤러리현대 본관 1층에서는 조선후기 회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혜원 신윤복, 긍원 김양기, 혜산 유숙, 소당 이재관, 심전 안중식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갤러리현대 본관 2층에서는 춘화 15점을 전시한다. 이곳은 성인만 관람 가능하다. 전시에서는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화풍으로 전해오는 19세기 전반경의 ‘운우도첩(雲雨圖帖)’과 1844년경 작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이 공개된다. 이들은 조선후기 춘화 가운데서도 특히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가 높아 춘화의 백미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두가헌 갤러리에서는 기산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미공개 수작이 공개된다. 조선 최초의 개항장이었던 원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기산은 개항장 주변에 들렸던 외국인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였다. 그의 풍속화는 독일 베를린 미술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롭게 발굴된 기산의 풍속화 79점 중 50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관람료 5000원(학생 3000원). (02)2287-3591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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