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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고아들의 어머니 희망의 노래

입력 : 2012-11-16 20:05:15 수정 : 2012-11-16 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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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거지대왕과 결혼한 교사 출신 일본인 여성
3000여명 보듬어낸 감동 실화
진주의 노래-한국 고아의 어머니 윤학자의 생애 / 모리야마 사토시 지음 / 윤기 옮김 / 홍성사 / 1만2000원

다우치 지즈코.
‘진주의 노래-한국 고아의 어머니 윤학자의 생애’의 주인공 다우치 지즈코(田內千鶴子·한국명 尹鶴子·1912∼1968)는 청춘을 목포 고아들에게 바친 일본인 여성이다. 일본 고치현 출신인 그녀가 목포에 온 것은 일곱 살 무렵. 조선총독부 관리였던 부친을 따라 어머니와 함께 목포에 발을 들여놓았다.

야마테소학교(현재 유달초등학교)와 목포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정명여학교 음악 교사로 재직하던 24세 때인 1936년, 유달산 아래 고아 수용시설인 목포공생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원장인 윤치호와 만나 2년 뒤 결혼했다. 당시 윤씨는 목포 역전에서 ‘조선인 거지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고아들의 어버이였다.

일제 말기와 해방의 혼란기, 6·25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피란민이 몰려든 목포에는 거리에 고아들이 넘쳐났다. 다우치는 길에서 굶주린 고아들을 거둬 먹이던 윤씨의 인품에 반해 결혼하게 된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고아들에게 먹일 식량을 구하러 광주로 떠난 윤치호가 행방불명이 되자 다우치는 남편의 뜻을 이어 직접 공생원 운영에 나선다.

이 책을 쓴 모리야마 사토시(森山諭) 역시 1976년 ‘목포공생원 마음의고향 어버이협력회’를 창립하고 이사장을 지내면서 공생원 운영에 힘을 보탰다. 기독교 계통의 목회자였던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폭거를 일본 사회에 고발한 초기의 양심 인사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도(神道)와 불교를 밝힌다’는 저서에서 일본 왕실의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 진구(神功)왕후 등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처음 밝힌 인물로 유명하다.

모리야마 사토시 지음 / 윤기 옮김 / 홍성사 / 1만2000원
다우치와 공생원이 전쟁 직후 궁핍했던 1950∼70년대를 버틴 것은 모리야마 같은 양심 있는 일본인들의 헌신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우치의 보살핌 속에 성장해 사회에 나간 이들은 줄잡아 3000여 명. 그녀는 1963년 대한민국문화훈장 국민장, 1965년 제1회 목포시민상, 1967년 일본 정부로부터 란주포장(藍綬褒章)을 받기도 했다. 장한 어머니상도 받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1968년 11월2일 목포역 광장서 열린 장례식장은 한·일 양국에서 모인 3만여 명의 조문객으로 북적였다.

다음날 목포 지방신문에는 “슬픔에 잠긴 목포시가 오늘 역전광장에서 최초의 시민장, 이날 목포시는 울었다. 영전에서 통곡하는 고아들, 조문객들도 울어” 등의 제목을 단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다우치의 순애보와 헌신적인 삶을 다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했던 시련 등도 담겼다.

저자는 다우치의 삶을 진주조개에 비유했다. “조개는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이물질은 속으로 점점 파고든다. 그래서 진주조개는 이 이물질을 아예 동화시키기 위해 진주질을 분비해서 아름답고 빛나는 진주를 만들어 낸다.”

책 서문을 쓴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는 장편소설 ‘빙점’을 써 유명해진 일본 현대작가이다. 미우라는 서문에서 “고아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녀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기를 내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다’는 성경 구절을 그대로 실천했다”고 썼다.

책을 번역한 윤기씨는 다우치의 장남으로 역시 사회사업가다. 현재 일본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이사장과 ‘숭실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다우치의 손녀딸인 정애리(50)씨도 순수 민간 자선단체인 ‘국제입양인봉사회’를 만들어 해외로 입양된 동포들의 모국 방문 및 한국어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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