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이 거친 땅바닥에 입을 맞추며
두 손을 모으며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이제 그들을 떠나 보내는 법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그것에 길들여지기 위하여 나는 기도한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마지막으로 아껴두었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제 나는 그들을 떠나 보내고 잊기 위해 기도한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 숨소리와 마주치면서
테라스에 봄이 와도 꽃은 피지 않고
한낮 찌는 여름이 와도 뜨겁지 않고
뒷산 언덕에 가을이 와도 나뭇잎만 물들 뿐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임의 계절을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한다.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하기
위하여
시=김종근(미술평론가·홍익대 겸임교수) critickim@naver.com
그림=김인옥 ‘기다림11-112’(2011년·순지에 채색 7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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