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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의암호’ 카누, 물레길 미끄러져 가면 마음도 호수

입력 : 2012-08-16 21:05:58 수정 : 2012-08-16 2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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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 옛 경춘선에 설치 추억에 젖게
김유정문학촌·유럽풍 수목원 등 들러 볼만
1970∼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 춘천은 곧 추억이다.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경춘선을 타고 찾던 춘천에는 그 시절 젊은이들의 사랑과 낭만이 있었다. 춘천에는 호수가 3개다. 시내 한복판에 의암호가 있고, 그 북쪽에 춘천호가, 동북쪽에 소양호가 있다. 흔히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 할 때, 이 호수는 의암호를 말한다.

20∼30년 전 청춘들이 추억을 만들던 명소도 태반은 의암호 주변에 몰려 있다. 공지천과 에디오피아 카페, 강촌역과 그 주변 허름한 민박집 등등. 한동안 의암호 일대는 쇠락한 여행지였다. 수도권 근교에 새로운 여행명소가 워낙 많이 개발된 탓도 있고, 너무 익숙하고 식상한 여행지라는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카누 물레길, 올해는 경춘선 레일바이크가 생기며 의암호 일대는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춘천시내 한복판 의암호에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 해가 지면 시민들은 이곳을 찾아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추억에 젖는다. 서쪽 산 위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멋진 풍광이 의암호반에 펼쳐진다.
#카누로 의암호를 미끄러져 가는 물레길


오랜만에 춘천시내에 들어왔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양2교 옆 의암호 안에 들어선 ‘소양강 처녀상’이다. 2005년에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은 어느새 춘천의 상징물도 자리 잡았다. 이곳은 춘천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해질녘이면 시민들은 이곳 나무데크에 올라 강바람을 맞으며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소양강 처녀상에서 의암댐 쪽 송암동으로 쭉 내려가면 물레길 카누 체험장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물레길은 카누를 타고 의암호를 미끄러져 가는 낭만적인 뱃길이다. 이곳은 캐나다산 적삼나무를 가공해 만든 클래식 우든 카누 40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무카누를 탈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카누를 타고 의암호를 미끄러지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레길. 노를 저으며 호수와 숲과 절벽 등 자연을 음미하는 맛이 환상적이다.
카누는 원래 북미 인디언들이 이동수단으로 타던 배. 카누는 호사스러운 취미로 알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카누는 한 척에 500만원을 호가하지만 1시간 동안 카누를 타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1만5000원이다.

물레길은 운영사무국에서 출발해 의암댐, 붕어섬과 중도, 호수 건너편 삼악산 입구까지 오가는 3개 코스가 있다. 카누가 호수를 미끄러져 나가자 강바람이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준다. 어느 정도 노 젓는 게 익숙해지자 양 옆의 숲과 절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호수에 앉아 천천히 자연을 음미하는 맛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어느 순간 노 젓는 것도 잊어버리고 카누가 물길에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게 된다.

경강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는 옛 경춘선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경춘선 추억을 되살리는 레일바이크


경춘선 복선전철이 새로 놓이며 추억의 강촌역과 경강역은 폐쇄됐고, 옛 철로는 폐선이 됐다. 이 옛 철로의 폐선 구간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돼 지난 10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에 개통된 구간은 강촌역∼옛 김유정역 구간 8㎞, 경강역∼백양리역 3㎞ 구간이다. 강촌역∼옛 김유정역은 한 방향으로만, 경강역∼백양리역 구간은 왕복운행한다. 강촌역∼옛 김유정역 노선에는 4개의 터널이 있으며, 터널 내부에는 예술가들의 영상·조명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강촌역∼백양리역 구간은 바로 옆 북한강을 따라 달리게 된다.

내년에는 옛 김유정역부터 가평군 가평읍 자라목마을까지 20㎞ 구간의 폐선이 모두 레일바이크와 꼬마열차로 연결된다. 비록 페달을 밟아 달리는 레일바이크이지만 아쉬운 대로 옛 경춘선의 추억에 다시 젖어 볼 수 있다.

유럽풍으로 꾸며진 제이드 가든 수목원.
#김유정문학촌과 유럽풍 수목원


의암호 일대는 이외에도 볼거리·즐길거리가 수두룩하다. 김유정역 인근 실레마을에는 김유정문학촌이 자리하고 있다. ‘봄봄’ ‘동백꽃’의 작가인 김유정의 고향인 이곳에 그의 생가를 복원하고 동상을 세워 그의 예술혼을 기리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인형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영화 주인공과 유명 인형들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경강역 인근 남산면 서천리의 ‘제이드 가든’ 수목원도 찾을 만하다. 지난해 16만3000여㎡(4만9000여평)의 부지에 문을 연 제이드 가든 수목원은 투스카니 풍의 건물과 빼어난 조경으로 정취가 그만이다. 협곡 사이에 길게 들어선 숲이 더위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의암호 안의 섬 위도·붕어섬·중도가 이런저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옛 정취를 맛볼 수 없다는 것. 몇 년 뒤에 리조트나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해질녘 다시 소양강 처녀상 앞에 섰다. 동상 너머 의암호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춘천호 쪽 하늘은 겹겹이 포개진 산들과 어울려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춘천 의암호에서 또 오랫동안 기억될 추억 하나를 보태는 순간이다.

춘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서울에서 춘천을 가려면 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것이 빠르지만, 옛 경강국도와 경춘국도를 이용하면 북한강과 시골길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춘천시내의 세종호텔 춘천(033-252-1191)에서는 ‘춘천 물레길 체험 패키지’를 11월30일까지 판매한다. 객실 1박과 조식, 물레길 투어로 구성된 패키지는 2인 기준 주중 12만원, 주말 13만원.

레일바이크(www.railpark.co.kr) 이용요금은 2인승 2만5000원, 4인승 3만5000원. 물레길 체험장 바로 옆에는 송암스포츠 타운(264-0660)이 있다. 소형 경주용차를 몰아보는 카트장을 비롯해 캠핑장, 인공암벽장, 집라인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갖추고 있다. 춘천의 대표음식인 막국수는 샘밭막국수(242-172), 유포리막국수(242-5168), 시골막국수(242-6833)가 유명하다. 닭갈비는 명동의 닭갈비 골목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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