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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에 우와~ 목소리는 ‘으악!’

입력 : 2012-07-26 17:39:44 수정 : 2012-07-26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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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니아인 직장인 이인해(34) 씨는 유로2012가 끝난 뒤 목소리가 잠겨 한동안 고생했다. 새벽에 열린 경기를 야식을 먹으며 거의 ‘본방사수’를 했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경기도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지른 적도 없었다. 몸에 탈이 나더라도 위장병이나 수면장애가 생길줄 알았던 이씨로서는 성대질환이 생겼다는 의사의 진단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런던올림픽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 씨처럼 굳이 스포츠 마니아가 아니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TV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잠시. 시차로 인해 주요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목소리 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 야식 먹으며 누워서 올림픽 중계보다가 함성 지르면 목소리는 ‘치명상’

보통 목소리 질환은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고 함성을 지를 때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보다 더 큰 위험요소가 있다. 바로 야식이다. 실제로 박태환 선수가 출전하는 수영 400m 결승전은 새벽 3시 50분,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2~3차전은 새벽 1시에 열린다. 새벽에 TV앞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다 보면 야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치킨에 맥주 한잔하면 배도 부르고 피곤한 몸으로 응원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쇼파나 바닥에 누워 시청하게 된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서 있을 때 보다 중력이 덜 작용하기 때문에 역류가 쉽게 일어나 역류성 식도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산의 역류는 성대 점막을 약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위와 식도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산이 식도와 성대 점막을 자극해 성대 점막이 약해지고 목 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쉰 목소리, 기침 등이 발생한다.

음식을 먹고 누운 상태에서 메달이 확정되거나 골이 들어가 고성을 지르게 되면, 목에는 엄청난 부담을 준다. 성대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초당 150~200회 정도 진동을 하는데, 갑자기 높은 음을 낼 때는 2,000회까지 급증한다.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달리게 되면 몸에 무리가 가듯, 성대도 발성연습 없이 갑자기 고음을 내면 진동과 긴장이 반복되면서 성대결절이나 성대출혈, 성대점막궤양 들이 발생할 수 있다.

◆ 하루에 5만 마디 말하는 성대, 새벽에 ‘야근’까지…

우리 신체는 수면을 통해 하루 동안의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축적한다. 성대 역시 수면시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영국 런던은 한국과 8시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주요 경기는 우리시간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년을 기다린 올림픽이기 때문에 녹화나 재방송으로 시청하기 보다는 ‘본방사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목소리를 비롯한 신체 리듬을 망가뜨려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성대는 목의 좌우 양쪽에 위치한 크기 2cm 미만의 아주 민감한 발성기관이다. 말을 할 때 양측의 성대가 서로 밀착하면서 진동하여 소리를 내며 보통 1초에 150~200회 정도 진동을 한다. 일반인은 보통 하루에 2만~3만 단어를 쓰고 5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성대는 하루에 수만번 진동을 하게 되고 성대근육과 후두근육에 젖산이 쌓이면서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대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밤새 응원을 하면서 고음을 내면 성대근육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발성에 장애가 생긴다. 운동을 많이 한 다음날은 몸이 뻐근한 것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목이 잠기는 현상도 같은 이치인 것이다. 또한 성대점막에서 점액분비가 줄어들게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성대점막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 TV 시청 전 성대 ‘스트레칭’으로 목 풀고, 바른 자세로 시청

TV앞에 앉기 전에 성대 긴장을 푸는 운동은 목소리 보호에 도움이 된다. 입안에 공기를 잔뜩 머금은 뒤 입천장은 올리고 혀는 내린 다음, 입술을 오므린 상태에서 공기를 불어내며 “우”소리를 내면 된다. 소리를 낼 때 입술과 볼을 반드시 이용하는 게 좋다. 목청을 높이기 전 10분, 높인 후 5분 정도 이 동작을 반복하면 성대가 가볍게 진동하면서 긴장된 성대근육을 마사지 하는 효과가 나타나 부드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 밖에 가벼운 허밍을 하는 것도 성대 손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야식과 술을 피할 수 없다면 치킨이나 피자, 족발 같은 기름진 음식 보다는 수박이나 토마토 등 제철 과일 및 채소를 안주로 소주는 반 병 정도, 캔맥주 한 병 정도를 마시는 게 목소리 건강을 위해 적당하다.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이 보약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성대가 촉촉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과도한 진동에도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목을 보호한다고 목캔디를 먹거나 청량감을 준다고 청량음료를 마시는데, 이는 오히려 성대점막을 더 마르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산 역류 증상이 심해지며, 이 때 고음을 내면 성대에 무리가 가고 사레가 걸려 성대마비까지 갈 수 있다”며 “TV시청은 바른 자세로 하고, 성대도 다른 신체기관과 마찬가지로 준비운동을 하면 충격이 덜한 만큼 시청 전 가벼운 발성으로 목소리를 풀어주고 시청해야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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