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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의 삶 통해 한국 현대사 재조명

입력 : 2012-07-11 21:00:43 수정 : 2012-07-11 2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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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명출 평전’ 무대에 1979년 10월 26일, 경남 합천, 새마을운동, 전두환 장군, 정의사회 구현, 삼청교육대, 삼풍백화점 붕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

10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전명출 평전(評傳)’에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 사건들은 낱개로 분절돼 있지만, 극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소시민 전명출의 삶의 궤적을 통해 일관된 흐름으로 끌어간다. 

1970년대에서 현재까지 소시민 전명출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연극 ‘전명출 평전’.
194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전명출은 새마을운동을 이끌던 촉망받는 영농후계자다. 그런 그가 마늘 한 접 훔치다 동네 친구들한테 잡혀 덕석말이(멍석말이)를 당한다. 법보다는 마을 내 징계가 가혹하고 무서웠던 시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동네 망신을 당한 서른 살 전명출은 영농후계자의 꿈을 접고 아내와 생면부지의 도시로 야반도주한다. 그날이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한 1979년 10월 26일이었다. 

울산이란 도시로 들어가 건설현장의 막노동꾼으로 살던 명출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현장 소장이 공무원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 위해 대통령이 된 전두환 장군과 고향도 성도 같은 명출을 데리고 다니며 전 장군과의 관계를 떠벌린다.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모토가 유행하던 그 시대에 소장은 정의와는 반대로 살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명출은 불의를 범하는 소장과 결별한다. 그 결과는 명출의 삼청교육대 행이다. 둘의 대화가 흥미롭다. 삼청교육대 가기 전 “정의? 그래 정의가 뭔데”라는 소장의 물음에 명출은 “세멘 빼돌리고 철근 빼돌리는 거는 아니지 싶습니다”라고 외친다.

삼청교육대를 마친 후 명출을 향해 소장은 “정의가 뭔지 알겠냐”고 하자 명출은 “사람은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고 답한다. 그리고 둘은 부실공사를 합작하면서 나름대로 상정한 ‘정의로운 삶’을 산다. 소장은 시골을 떠나 서울 무대로 진출했고, 그가 주도한 부실공사 결과가 바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다. 순진하던 명출도 시대에 순응한다. 아파트 부실공사로 재물을 모으며 일명 성공도 출세도 한다. 그러다 문제가 돼 잡힐 만하면 야반도주를 일삼기도 한다.

명출은 이윽고 친구와 가족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는 짐승 같은 인간으로 변한다. 극의 메시지는 명출의 아내를 통해 드러난다.

“순박했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이날 이때 이즈음에’ ‘한중록’ 등 사극에 매달려 온 백하룡 작가의 첫 현대극이다. ‘경숙이 경숙아버지’ ‘청춘예찬’ 등 소시민 이야기를 주로 전해온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 정승길 김선영 김세동 이규회 등. 1만5000∼2만5000원. 29일까지. (02)758-2150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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