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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교리 읽기쉽게 현대화 작업 추진”

입력 : 2012-03-27 17:47:21 수정 : 2012-03-27 17: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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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산 천도교 교수회 회장
‘동학경전’ 주해서 발간 등 가르침 상세히 풀이
“누구나 한울림 될수있는 지상천국 건설 목적”
세상에 뜻을 펼친 지 153주년을 맞이하는 천도교가 30∼31일 경북 경주에서 ‘2012 동학문화축제’에 이어 4월 5일에는 전국적으로 천일기념일(天日紀念日) 행사를 개최한다. 천일기념일은 수운(水雲) 최제우(1824∼1864) 대신사가 조선 후기 철종 때인 1860년 4월 5일에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은 날’이다. 천도교는 이날을 창도일로 삼는다.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을 표방하는 천도교는 원래 ‘동학’으로 출발했다. 1905년 3세 교조 손병희(1861∼1922)가 ‘천도교’로 이름을 바꿨고, 1919년 3·1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때 신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교세가 융성했지만, 분단과 6·25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그 세가 취약해졌다.

윤석산 교수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천도교의 가르침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천도교의 경축일을 앞두고 ‘일하는 한울님-해월 최시형의 삶과 사상’(가제)이란 신간 출간을 준비 중인 윤석산(65) 한양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를 26일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천도교 밖에서는 시인이자 교수로, 천도교 안에서는 서울교구장, 중앙총부 교서편찬위원장, 천도교 교수회 회장 등 소임을 통해 천도교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모두 천도교인인 그는 학문을 연구하면서 천도교에 심취해 32세에 입교했다.

윤 교수는 “천도교는 교조가 태어난 해가 아닌 득도한 날을 창도 원년으로 삼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라고 반문하며 천도교의 나아갈 길을 논하기 시작했다.

“신격화하지 않았어요. 신격화하면 태어난 때가 중요합니다. 저는 수운 대신사의 생애를 두 시기로 나눕니다. 1860년 득도 이전에는 세상을 걱정하는 고뇌하는 가난한 지식인이었어요. 하지만 득도한 이후에는 세상을 구할 가르침을 가진 종교 교조로 성(聖)의 삶을 살았습니다.”

윤 교수는 “3·1운동 당시만 해도 천도교는 기독교, 불교와 함께 3대 종교에 들었다”면서 “그 이유는 대중의 시대적 열망을 잘 읽어냈고, 이를 그에 맞는 교리해석을 통해 실천운동으로 이끌어간 데 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천도교인이지만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민에게 각인되기보다는 잊혀져 가고 있는 천도교 존재에 대한 자성의 소리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천도교가 쇠락한 원인으로 넘어갔다.

“일본제국주의의 탄압과 내부 분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한문 경전을 중등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교리 현대화 작업을 할 전문가 그룹을 양성하지 못했고, 결국 신자 교육도, 가르침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면서 신앙 인구가 감소한 것이죠.”

이 같은 고민을 안은 그는 그동안 꾸준히 경전 현대화 작업을 추진했다. 한글화 작업 외에 2009년에는 ‘동학경전’ 주해서를 발간했다.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을 2세 교조인 해월신사 최시형이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용담유사(龍潭遺詞)’로 나눠 간행한 것을 한데 묶어 그 가르침을 상세하게 풀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천도교 발상지인 경주 용담정 등에서 열린 지난해 동학문화축제 모습.
“천도교의 가르침은 간단합니다. ‘내 몸에 한울님을 모셨다’는 의미의 시천주(侍天主)에 바탕을 둔 종지(宗旨) ‘인내천’에서 드러나듯 누구나 우주의 궁극적 존재인 한울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세상에서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게 목적이죠.”

천도교 사후관에 천당과 지옥, 현세와 내세가 없다고 강조한 윤 교수는 “사람을 섬김에 있어서 한울님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이란 가르침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라는 뜻”이라며 “이는 타인과의 조화와 균형있는 삶이 부족한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의를 통해 쉽게 천도교의 가르침을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신앙심 고양이다. ‘동학혁명’이 반봉건 사회운동으로 인식되면서 천도교의 영성과 개인의 신앙이 가려져 왔기 때문이다.

그는 “경전 현대화도 바른 신앙을 하기 위한 일 중 하나”라며 “한국 근현대사 속에 흐르는 천도교 용어와 개념, 의문점들을 현재적 언어로 정리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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