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깨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종교는 사회에 선한 행위를 할 수 있어야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최근 종교학박사 학위를 받은 노희정(48)씨는 20일 “종교는 사회의 공동선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다지 새롭지 않은 한 연구자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의 신앙 이력 등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정통 기독교를 소재로 삼지 않았다. 다름 아닌 ‘한국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의 가족 가치에 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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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정 박사는 “사회 공동선 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종교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학시절 CCC(대학생선교회) 활동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전도를 해봤습니다. 그 영향으로 감리교신학대에 진학했고, 구약을 주제로 석사학위도 받았습니다. 종교를 더 탐색하기 위해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 종교전공으로 박사과정에 들어갔죠. 기성종교에 비해 외면당하는 종교에 관심을 갖게 돼 국내에 들어온 해외종교 중 후기성도교회를 연구 주제로 삼게 됐습니다.”
서울대 국문과 출신으로 개신교 신앙에 몰두했던 젊은 날을 회상한 그는 논문 준비에서 통과까지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개인 면담은 물론 설문지를 제작, 전국의 후기성도교회에 전하고 수거해 분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대학강사로, 때로는 학생으로 외로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말 논문이 최종 통과되면서 이제 그에게는 ‘종교학박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종교학과가 있지만 대부분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합니다. 종교학박사로는 제가 ‘국내 1호’일 겁니다.”(웃음)
그는 논문을 통해 기성종교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신흥종교’ ‘신종교’ 등으로 불리는 종교가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면서, 보편 종교화하는 과정과 실제 후기성도교회 신자들의 인식을 살폈다. “19세기 말 후기성도교회는 경제적 공동체주의, 복혼제도 등을 폐지하면서 다원주의 미국 사회 주류에 들어갔습니다. 20세기 보편화 과정을 겪으면서 1950년대 한국에 들어왔고, 교리 등이 강조하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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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전도에 나선 선교사들. |
“후기성도교회는 결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입장이 압도적입니다. 결혼을 전제한 혼전동거에도 반대비율이 93.4%로 압도적이고, 혼전 성관계 반대비율도 93.7%로 나타난 것은 교리와 의례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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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의 바운티풀 성전. |
평택에 거주하면서 5월 ‘신종교의 한국 정착과정’을 주제로 한 신종교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준비에 한창인 그는 앞으로 사회적 성화, 사회의 공동선 실현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종교 역시 삶의 한 방식입니다. 교리와 신앙에 함몰되기보다는 연구자로서 공동선 실현 관점에서 한국 내 신종교 연구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평택=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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