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 세인 침입 허용 안해
하루 8시간 이상 기도… 배식구 통해 식사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신앙의 귀감 돼”
6년 후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년 기독교 신앙 의미 찾기가 물질주의, 세속주의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분주하다. 16세기 가톨릭(천주교)의 부패상에 맞서 개혁을 선언하며 탄생한 개신교는 가톨릭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개신교는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고행하는 가톨릭의 오랜 수행 전통인 수도원(회)의 영성마저 버리는 우를 범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의 수도원 등 세속적 가치를 버리고 깊은 영성을 보여준 가톨릭 신앙의 근원지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에 머무는 것이다.”
‘위대한 침묵’의 봉쇄수도회인 카르투시오 수도회 수사들이 머무는 수사 독방마다 쓰여진 글귀다. 2009년 말 ‘위대한 침묵’ 개봉 후 수도회 방문객이 30% 이상 급증했고, 지난해 6개월 동안 5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 같은 인지도와 달리 수사 방에 적힌 글귀는 프랑스 그르노블 지방 인근 아담한 마을 생피에르 드 샤르트뢰즈(St-Pierre de Chartreuse)에 자리한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전나무 숲이 우거져 뭇사람들의 발길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회를 찾아갔다. 이 수도회는 전 세계 26개국에서 500명가량의 수사가 활동 중이다. 국내에도 경북 상주와 충북 보은에 각각 카르투시오 남자수도회와 여자수도회가 한 곳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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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원으로 가는 숲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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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투시오 수도원 앞 ‘침묵’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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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투시오 수도원 출입문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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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독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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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방 배식구. 수사 작업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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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들 방에 적힌 글.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지향과 소명은 침묵 안에 머무르는 것과 독방 안에서의 고독에 머무는 것이다.” |
그런 곳이다. 현재 카르투시오 수도원에는 최근 입회한 흑인 청년 수사를 포함해 평수사 12명, 수도원장과 20명의 사제(신부) 수사 등 모두 33명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인 수사는 1명이다. 수도원 도서관 관리인 직원 1명을 포함하면 모두 34명이다. 수도회 입회 자격은 만 21∼44세다.
18세기 수도원 전성기 때도 80명에 불과했다. ‘입회에서 무덤까지’ 스스로 수도자 삶을 선택한 수사들의 육신은 죽어서도 수도원 밖을 나가지 못한다. 수도원 내 묘지에 묻힌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떠나고 싶다고 하면 언제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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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장 너머로 보이는 카르투시오 수도원. |
수사 가족이 오면 아파스(수도원장) 허락아래 수도원 접견실에서 면회도 할 수 있다. 일년에 두 번뿐이다. 이에 대해 박물관 안내 여직원 알리송(22)은 “면회를 할 수는 있지만 찾아오는 수사 가족은 거의 없다”며 “남자 수도회이기 때문에 여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수사들은 매주 월요일이면 수도원 뒤 카르투시오 산을 따라 행군을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 때문이다. 이 시간만큼은 수사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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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 작업을 마친 수사의 뒷모습.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정주 신부는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기도와 일의 균형점에서 기도나 침묵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형태”라며 “외견상 세상을 피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신앙의 귀감이 되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는 결국 이웃과 친구, 전 인류에도 연결된다”며 “수사들의 기도·침묵생활 속의 영성은 수도원 밖 세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생피에르 샤르트뢰즈=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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