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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제 사상적 의미서 생각해 볼 때”

입력 : 2011-11-15 17:30:12 수정 : 2011-11-15 17: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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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사전’ 집필 참여 이정배 교수 “이제는 사상적인 의미에서 한류를 생각해 볼 때가 됐습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 교수실에서 만난 이정배(56) 교수(종교철학)는 자신이 집필에 참여한 ‘한국철학사전’(동방의빛 펴냄)을 가리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의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정배 교수는 “전 세계 인구 10억이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면서 “이제는 사상적인 면에서 한류를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된 ‘한국철학사전’은 한국철학사상을 ▲고대한국사상 ▲불교철학 ▲유교와 실학철학 ▲민족종교와 도교철학 ▲그리스도교철학 ▲근대수용기 및 현대한국철학 등으로 구분했다. 각 분야별로 용어·인물·저술편으로 나눈 이 사전은 철학사전보다는 한국의 종교와 사상을 포괄한 종교사전에 가깝다. 34명의 전문가들이 3년간 작업 끝에 펴냈다.

이 가운데 그리스도교 부분 집필을 주도한 이 교수는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맨 처음 소개하면서 “기존 개신교회에서는 싫어하겠지만, 함석헌 선생의 저서는 ‘한국의 역사를 하느(나)님의 역사’로 보는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1학년 학생들에게 필수교양도서로 읽게 하고 있다”고 한 이 교수는 그리스도교 부문 집필에 포함시킨 함석헌의 스승인 다석 유영모를 통해 한국 기독교(개신교)를 얘기했다.

유영모(1890∼1981)는 기독교를 큰 줄기삼아 유교·불교·노장사상 등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에 두루 통달했다. 그는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뚫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종교사상 체계를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그는 “유영모 선생은 ‘귀일사상’을 통해 예수의 얼이나 평범한 사람의 얼이나 똑같다고 했다”며 “예수를 구원자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길을 안내하는 스승으로 본 점에서 유영모 선생은 서양의 종교다원주의 개념을 더 래디컬(급진적)하게 보편화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한 예수로서가 아닙니다. 예수가 안내한 그 길을 가다가 스스로 그 길이 되라고 한 것입니다.”

기독교의 토착화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이 땅에서 개신교 역사는 100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불교나 유교처럼 우리 민족의 혼, 사상과 함께 한국의 종교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 중심에는 한국적인 기독교를 추구하면서도 보편성을 띤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장이자 중구 장충동 ‘겨자씨 교회’에서 설교 봉사하는 목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적 기독교의 관점에서 배타적이고 일신의 영달과 물신주의에 빠진 개신교의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 기독교(개신교)가 요즘처럼 사회의 지탄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지금의 한국교회는 1920년대의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 자양분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는 1919년 3·1운동이 실패하면서 반민족적, 탈세상적 종교가 돼버렸습니다. 그 이전에는 개신교가 민족과 민중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둘이 아니고 하나였습니다. 현실을 도외시한 종교가 아니었는데, 일제부터 현재에 이르면서 완전히 개인적인 종교가 돼 버린 것이죠.”

그는 “탈세상적 종교가 된 한국기독교(개신교)에 대해 ‘한국기독교여, 거리에 나가서 죽으라’고 한 당시 신문 사설이 있었다”면서 “개신교계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를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1920년대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현 시점에서 한국 교회에서 종교개혁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현실과 교회를 분리시키지 않았던 함석헌, 김교신 등 당시 종교·사상가들의 고민을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하자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사상적인 의미에서 한류’에 대해 “한국적 기독교를 추구한 사상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 일본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가장 한국적이지만 보편적인 것을 추구했던 분들의 생각을 영어로도 번역해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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