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외국 독자 의식하고 보편적 호소력 갖는 작품써야”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세계번역가대회 ‘한국문학 해외진출 10년을 말하다’
“집필할 때 항상 제 책을 번역하게 될 번역가를 생각합니다. 제 작품을 번역할 그 혹은 그녀의 입장에 서고자 노력하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소설 ‘빛의 제국’ 등으로 해외에 상당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김영하씨가 2009년 폴란드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마제나 스테파니스카-아담스 폴란드 ‘크비아티 오리엔투’ 출판사 상무는 23일 전했다. 한국문학 번역가인 마제나 아담스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세계번역가대회에서 “번역가로서 개인적으로 작가들이 우리들에 대해 조금은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더 나은 번역 작품이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와 번역가, 출판인 등 한국문학 번역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에서 주관한 제5회 세계번역가대회에 참가해 ‘한국문학 해외진출 10년을 말하다, 그리고 그 후’를 주제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전략 등을 고민했다. 작가와 작품, 번역, 출판사, 마케팅 등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과 관련한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한국 작가들도 이제는 세계 독자를 상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첫날 기조강연에서 “한국 문학의 세계시장 진출이 곧바로 세계문학에서 일정한 위상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무엇보다) 보편성 기준에서 호소력을 갖는 문학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교수도 둘째날 “만약 뉴욕에서 홍어를 파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홍어를 먹은 외국인이 불고기를 먹으려 하지 않겠지만, 불고기를 파는 것으로 시작하면 불고기에 만족한 이들 중 일부는 홍어를 먹게 될 것”이라며 작가들은 독자들이 누구인지를 먼저 인식해 보다 이해하기 쉬운 내용을 담은 작품을 쓰라고 조언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이전에는 한국 독자만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이젠 인식과 문화를 달리한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어느 정도까지 외국의 독자를 고려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와 번역가, 출판인 등 한국문학 번역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열린 제5회 세계번역가대회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 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허정호 기자
또 해외 현지 출판사가 번역작품을 선택하고 많은 종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큰 작품을 우선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어권 번역가인 임영희씨는 “한국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완역해 현지 출판사에 떠맡기는 식의 지원정책은 피하고, 작품 선택권을 현지 출판사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카타리나 보르하르트 독일 남서부방송국(SWR) 문학담당 기자도 “지금까지 독일에 번역된 한국 문학은 6·25 전쟁과 분단과 관련된 ‘문제의 책’이 너무 많이 출간됐다”며 “유머와 가벼움이 결여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삶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내용, 주제의 충만함과 함께 ‘감정 스펙트럼’을 더 확장시켜야 한다”며 “책을 몇 종 선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라도 신중하게 선정한 책을 출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확성보다 오히려 원문 의미는 살리면서도 문학적으로 번역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권 번역가인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남미의 한 시인은 ‘내 말이 아니라 의도를 번역하라’고 번역자에게 말했다”며 “정확한 번역이 아닌, 오역을 최소한 줄이면서 새 문학작품을 만드는 각오로 번역하라”고 제안했다. 와일리 에이전시의 에이전트 진어도 “원어민 독자를 위해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원작의 독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번역가가 먼저 좋은 작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풀턴 교수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번역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예를 들며 번역가와 작가의 장기적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작가마다 고정된 출판사에서 출간돼야 하고, 작가 마케팅도 보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르하르트 기자는 “고정된 출판사가 없으면 작가와 출판사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같은 출판사에서 계속 출간되면 출판사 홍보로 작가가 유명해질 수 있다”며 “한 작가의 작품이 한 출판사에서 고정적으로 출판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제나 아담스 상무도 신경숙씨의 해외 북투어를 지적하며 “작가가 직접 여행하고 책을 홍보하는 것도 현지에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오피니언

포토

장원영 '사랑스럽게'
  • 장원영 '사랑스럽게'
  • 아일릿 원희 '완벽 그 자체'
  • 안은진, 우아한 미모
  • 나나, 고혹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