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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연극 ‘됴화만발’…“검객괴담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 표현”

입력 : 2011-08-31 17:30:06 수정 : 2011-08-31 17: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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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됴화만발’ 연출 조광화씨 “한 10여년 전쯤이었을 겁니다. 일본 극단이 공연한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봤습니다. 처음부터 벚꽃 잎이 흩날리며 무대에 수북이 쌓이는, 지극히 일본적인 미학의 작품이었죠.”

‘대학로의 도발적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연출가 겸 극작가 조광화(사진)씨와 6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검객괴담 ‘됴화만발’(桃花滿發)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편제’ 등 한동안 뮤지컬에 집중했던 조씨가 10년 만에 새롭게 내놓는 창작연극 ‘됴화만발’은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1906∼1955)의 단편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패전 후인 1947년 나온 이 작품은 절대고독을 표현, 일본 문학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됴화만발’은 영생불사의 존재인 검객 케이(K)의 절대고독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케이는 단이에게 매료돼 단이가 사람 머리를 베어오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베는 잔인무도한 존재로 그려진다. 결국 단이마저 죽고 홀로 복숭아꽃 만발한 숲 속에 남은 케이는 외로이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고독의 화신으로 표현된다.

최근 대학로 ‘됴화만발’ 연습실에서 만난 조씨는 “일본 극단의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는 절제된 대사에 이미지가 강렬한 극이었다”면서 “원작 소설에 진시황제, 동양적인 무릉도원, 프랑켄슈타인 등의 이야기를 가미해 원작과는 다른 인간 존재의 고독을 표현하려 했다”고 극을 소개했다.

고독, 외로움은 연출가 조광화를 상징하는 단어처럼 굳어져 버렸다. 이에 대해 조씨는 “현대인들은 순간적인 쾌락이나 오락에 자신을 던짐으로써 외로움을 잊으려 하고 또 외면한다”면서 “외로움과 정면으로 맞서는 열정, 그 열정은 흔히 자기파괴적인 열정으로 변하곤 하지만 연극에서 표현해야 할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검객괴담’이란 부제가 붙은 ‘됴화만발’에서도 영생불사의 존재가 된 외로운 검객 케이에 내재된 절대고독의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의 정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기에 도리어 무섭게 다가오는 꽃이 만개한 숲속에서 그 기묘함이 증폭된다.

“원작에 무협 요소를 가미하고, 벚꽃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복숭아꽃으로 바꿨죠. 복숭아꽃은 흔히 무릉도원을 연상시킵니다. 영원한 시간, 시간을 초월한 곳 등 복합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배우들이 ‘됴화만발’ 연습에 한창이다.
조씨는 “스토리보다는 감각에 치중해야 하는 작품”이라며 극의 관전 포인트를 귀띔했다.

“유머, 감각, 여백, 음악, 슬로모션, 퀵모션 등이 극 스토리와 함께 갑니다. 관객들은 스스로 비슷한 정서가 맞닿는 지점에서 허망한 외로움을 가져가면 되는 것이죠.”

그는 “이해하려고 하면 극은 난해하겠지만, 감각과 이미지에 몰입하면 지극히 당연한 극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씨는 이해와 감각의 차이를 “한 끗 차”라고 표현했다.

‘절대 고독’의 화신인 주인공 케이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30)는 “고독감이나 외로움은 제가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대사가 많지 않아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도 연기의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박해수는 케이의 외로움을 몸과 마음 속에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연기를 가다듬고 있다.

하지만 극을 일방적으로 외로움으로 몰아가거나 극 속에서 고독감을 찾아내려 애쓸 필요는 없다. 조씨는 “외로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면 지겨워진다”면서 “은근한 유머, 무협 액션 등 귀와 눈으로 볼거리가 많은 극”이라고 소개했다.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1250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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