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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화해·상생 수치화한다

입력 : 2011-05-10 21:32:54 수정 : 2011-05-10 21: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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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연합 ‘평화지수 제정위한 콜로키움’ 첫 모임 종교 간 평화란 가능한가. 최근 이집트에서 발생한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 유혈충돌 사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 곳곳에도 종교 간 갈등이 실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도 부활절이나 부처님 오신 날 서로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상대 교회나 성당, 절을 찾아가며 대화하고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종교 간 대화와 화해는 외견상 그렇게 보일 뿐 내면의 진실성을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부활절, 부처님 오신 날 등 종교인들의 교류를 가식적인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7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해민재에서 열린 ‘종교평화지수 제정을 위한 콜로키움’ 첫 모임은 머나먼 종교 평화의 길로 가는 중대한 ‘첫 삽’이 아닐 수 없다.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종교연합(URI-Korea)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진행하는 이번 콜로키움은 앞으로 3년간 지속된다. 국내 종교 간 갈등 사례, 화해와 상생의 사례들을 종합 분석해 지수화하고 종교 간 화해, 상생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7일 수운회관에서 열린 ‘종교평화지수 제정을 위한 콜로키움’ 첫 모임에서 연구자들이 종교 평화와 종교평화지수 산정 등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콜로키움 1차 연도인 올해 목표는 기초 토대 마련이다. 종교학자 등을 중심으로 연구단을 구성해 종교평화지수의 개념 확립, 유사 지수 분석 등을 실시한다. 이날 모임에는 이찬수 강남대 교수를 비롯해 김대식 성공회대 종교학과 교수, 전병술 건국대 교수 등 학자들과 논평자 등 10명 내외의 전문가가 참석해 다양한 견해를 나눴다. 전 교수는 “4대강(천주교), 이슬람채권법(개신교), 템플스테이 예산(불교) 등을 둘러싼 종교와 정부 간 갈등은 사안에 따라 이념 갈등의 측면도 있지만, 종교의 이익과 세속의 이익이 맞부딪치는 데서 빚어지는 이익 갈등의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교 갈등 혹은 평화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과학적 분석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며 “그 첫 작업이 종교 갈등 혹은 평화에 대한 지수 연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미군에 의해 사살된 빈 라덴의 예를 들어 지수화로 인해 가려지는 사건의 다양한 이면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빈 라덴과 오바마로 대표되는 갈등에는 이슬람원리주의에 대한 서구 중심적인 시선 등 과도하게 규정된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빈 라덴의 죽음이 세계 평화에 긍정적 징후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그 믿음 배후에 은폐된 요소들을 사고할 수 없게 한다”며 “오바마, 빈 라덴은 서로 평화의 이름으로 가해적 폭력을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 라덴의 사망과 얽힌 오바마의 평화론은 종교 갈등을 넘어서서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성찰과 대안 모색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종교평화지수 연구에 있어서 인문학적 비평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성종 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원은 “사회에 퍼져 있는 기독교에 대한 낙인(예: 개독교) 역시 종교 평화에 심각한 훼손을 줄 잠재요인”이라며 “비종교인의 태도나 정서 등을 통해 측정할 수 있도록 지수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극적 평화’ 논의 출발키로

이날 모임에서는 종교 평화의 범위가 넓고 복잡다기한 만큼 ‘소극적 평화’로 향후 논의 범위를 좁혀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소극적 평화’는 전쟁이 없는 쪽에 초점을 맞춘 평화다. 개인 차원에서는 폭력의 부재를 뜻한다. 이에 반해 ‘적극적 평화’는 분배평등, 사회복지 등 정의가 구현되는 개념이다.

이번 콜로키움의 책임연구를 맡은 이찬수 교수는 “종교 평화를 지수화한다는 것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더 많이 느꼈다”면서 “우선은 남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고, 남에게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소극적 평화’의 개념을 적용하는 최소한의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7월2일 두번째 모임을 포함해 연말까지 네 차례 더 모여 논의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각론은 내년부터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종교연합은 내년부터는 종교평화지수를 산정하기 위한 사무국 구성, 각 종단별 성직자 등 종교인을 망라해 지수 산정 여론 수렴을 위한 모집단을 산출한다는 구상이다. 또 2013년부터는 매년 종교평화지수와 함께 관련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로 논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3년 일정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구 등 제반 업무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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