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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반값 이하로 내릴 수 있다”

입력 : 2011-01-28 17:23:46 수정 : 2011-01-28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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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연구에 몰입해야 할 대학 겉치레 너무 심해
1인당 국민소득 감안하면 350만원선이 적절
돈이 아니라 교육부의 적극적 의지가 관건
고삐 풀린 망아지 꼴인 대학 등록금을 붙들어 맬 길은 없는가. 정부, 시민 단체는 물론 사회 구성원 중 누구도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등록금의 내막을 감시하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이른바 전 국민의 80%가 넘는 서민층의 자녀는 입학·개학철이 다가오면서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봉일지라도 공공기관·공무원 또는 번듯한 회사 임직원 자녀는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렇지 않은 대다수 자녀의 부모들은 허리가 휠 정도로 부담스러운 대학 등록금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편저/개마고원/1만3500원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편저/개마고원/1만3500원


이 책은 대학 등록금이 책정되는 과정부터 쓰임새, 오르는 이유 등 내막을 심층적으로 자세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해 놓았다. 책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규모로 따져 세계 15위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49위. 그런데 대학 등록금 규모는 세계 2위로, 미국 다음이다. 물가 비싸다는 일본도 등록금만큼은 우리에게 한참 뒤져 있다.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잘사는 나라라도 된다면 모르되, 이건 뭔가 비정상적이라는 얘기다.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 교육비 2000만원 시대’라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사람을 가르치고 기르는 교육비가 사람 잡는 괴물로 다가온 지 오래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학 등록금이 아예 없거나 우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할 수 있는 부자 나라여야 등록금을 싸게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은 착각이다. 물론 교육제도나 사회 시스템이 달라 모든 나라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비싼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애초부터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10년 전 프랑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400달러였으나 당시 등록금은 사립대의 경우 평균 2000달러 내외였고 국립대 역시 저렴했다. 독일의 경우 등록금이 무상인 대학도 적지 않다. 같은 기준으로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8100달러(2009년)인데도 등록금은 이들 국가의 몇 배에 달한다.

이 책은 “대학 등록금은 나라 재정 형편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경제력 수준이 대학 등록금 액수를 결정짓는 게 아니란 얘기다.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국가들도 무상 교육이거나 우리의 반의 반값에도 못 미치는 등록금을 내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가 대학 등록금을 대폭 낮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을 개인이 개척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못사는 서민들만 뼈빠지게 고생한다. OECD 회원국들만 봐도 대부분 대학의 경우 국가가 책임지고 가르치며 국가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전국등록금네트워크’ 회원과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등록금 인하와 취업후상환학자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저자들은 현재의 대학 등록금을 반값 이하로 내릴 수 있다면서 그 이유를 제시했다. 1인당 국민소득에서 동·서유럽 평균은 1만8000∼2만달러 수준이며, 일반적인 등록금 수준은 대략 그 10%다. 2009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8000달러 수준(미국달러의 구매력지수 환산액 기준)으로 110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3100만원가량이고, 10%는 310만원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연구비 시설비 등을 감안해 중간값인 350만원선이 적절하다고 했다. 이 액수는 대략 우리나라 연간 대학 등록금 평균액의 절반 수준으로, OECD에서 등록금 고·저 국가를 구분짓는 기준선이 1500달러(165만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절대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반값 등록금을 받는다면 대학 재정이 거덜날 것이니 부족분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 정도가 되려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까. 2009년 기준 대학 등록금 총액 14조원 가운데 장학금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예산을 빼면, 실질 등록금 총액은 11조∼12조원.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5조5000억∼6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여야 정치권이 각기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만 처리해도 7조6000억∼10조2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정부의 4대강 예산 연간 9조5000억원이나 부자 감세에 드는 연간 16조원에 비하면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저자들은 “결국 문제는 ‘돈’이 아니라 정부, 특히 교육부의 적극적 ‘의지’가 관건이며, 이를 어떻게 국민이 요구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유난히 대학 시설에 과잉투자한다. 사립대학의 경우 그 시설과 규모에 놀라곤 한다. 강의와 연구에 몰입해야 할 대학이 겉치레가 너무 심하다. 그보다는 장학금 수혜 폭을 대폭 넓히고 교수 연구비에 좀더 투자해야할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는 이런 데서 찾는 게 현명하다.”

책은 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줄 비책인 양 적극 주장되고 있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와 ‘기부금 입학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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