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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길거리 고수들 다 모였다

입력 : 2010-09-05 15:38:15 수정 : 2010-09-05 15: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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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사로잡은 꾼-시대를 위로한 길거리 고수들 이야기/안대회 지음/한겨레출판

한문학자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펴낸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은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18세기 조선시대 길거리 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조선 후기는 사농공상의 구분이 뒤섞이고 상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다양한 물자들과 돈,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시장에는 동시대의 스타 ‘꾼’들이 있었다.

책은 광대, 재담꾼, 유랑 예인, 책 읽어주는 사람, 비구니, 기녀, 노비 시인, 천민 서당 선생, 조방꾼, 점쟁이 등 시대를 사로잡으며 한판 놀아나던 조선의 명물들을 소개한다.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당대 꾼들의 이야기와 함께, 18세기 조선의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비주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주목한 조선 영조~헌종 때 시인 조수삼(趙秀三·1762~1849년)의 ‘추재기이’에 기록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여러 고전을 동시대의 언어로 풀어온 저자는 간략하게 기록된 ‘추재기이’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다른 문헌에 기록된 어떤 사람과 동일인인지, 어떤 상황과 맞물리는지 등을 정밀하게 맞춰보면서 풍부하면서도 실증적으로 인물들을 고증했다. 

18세기 후반 ‘교육 1번지’ 성균관 부근에 있던 우암 송시열의 고택에 한양 최대의 서당이 들어섰다. 훈장은 성균관 유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던 노비 출신 정학수. 신분은 비천했지만 ‘정 선생’으로 불리며 교육자로서 큰 명성을 얻었고 국왕 정조까지 그의 존재를 알았다. 경쇠를 울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려야 할 정도로 학생이 몰렸다. 당시의 최고 ‘스타강사’였던 셈이다.

두 주먹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입이 컸던 거지 두목 출신의 광대 달문은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린 당대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 외모는 천하의 추남이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광대였다. 황진이의 미모에 빠진 지족선사를 조롱하는 만석중놀이, 산대놀이의 하나인 철괴무, 남사당놀이의 땅재주넘기와 비슷한 팔풍무를 주특기로 세상살이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했다.

이 책에는 조수삼이 명백히 밝히지 않았던 나무꾼 시인 정초부의 명성과 활약상, 짤막한 기록으로 남아 있던 재담꾼 김옹이 김중진이라는 사실도 소개된다. 여승과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이가 거부로 유명했던 무인 남휘라는 사실도, 사재를 털어 고향 빈민들을 구제하고 천하를 쥐락펴락했던 제주 기생 출신의 여갑부 김만덕의 삶도 만날 수 있다. 1만4000원.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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